삼성전자 수원-기흥공장 르포
수원시 매탄동 디지털미디어(생활가전 포함)공장과 용인시 기흥읍에 자리잡은 반도체 공장 종사자는 4만여명. 전체 5만7000명 중 해외 및 다른 지방 공장 근무 인원을 제외한 수치다.
두 곳 모두 1일 3교대로 ‘24시간’ 생산라인이 돌아간다.
18일 오전 7시30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수원공장 입구. 통근 버스와 승용차에서 내린 출퇴근 직원들이 뒤엉켜 북적였다. 그 틈에 끼어 차를 정문에 대자 보안요원은 “컴퓨터를 맡기고 들어가라”고 요구했다. 대표이사도 퇴근 때면 트렁크를 열고 검색을 받는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점심시간이 되자 조용하던 공장 안 어디서 쏟아져 나왔는지 식당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루에 소비되는 쌀이 200가마는 되지요.” 정신없이 밥을 푸던 식당 아줌마의 설명이다. 소란스럽거나 무질서하지 않아 조금은 답답해 보였다. “외부 사람들이 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이 막힌다고들 해요. 우린 아무렇지도 않은데.” 박영중 홍보부장의 말이다.
식당을 나오자 꽤 높이 신축중인 건물이 눈에 띄었다. “25층짜리 통신연구소로 내년부터 연구원 3300명이 상주하며 일할 곳입니다.” 현재 연구 인력 1만2000명에 박사급이 1000명이다.
수원 공장을 둘러보고 기흥 반도체공장으로 향했다. 신갈 저수지를 끼고 40만평 부지에 형성된 국내 반도체 산업의 메카. 정문에는 공항에서나 본 X선 감시기가 작동하고 있었다.
인사팀 지화영씨는 “연간 방문객이 2만여명에 이르고 국빈의 필수 견학 코스로 중국은 당서열 5위까지 모두 다녀갔다”며 “생산라인 견학은 ‘귀빈 중의 귀빈’에게만 허용된다”고 말했다. “보안에 관한 한 국가정보원을 능가할 정도”라고 자부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최첨단 시설인 만큼 물과 전기도 ‘특별한’ 것을 쓴다.
“이온이나 불순물이 완전히 제거된 일명 ‘초순수물’을 사용하고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무정전 전원공급시스템을 갖추고 송전선도 2곳의 변전소로부터 동시에 공급받고 있습니다.”
공장이 하나의 자족 단지나 다름없었다. 매점에서 만난 한 직원은 “매점 병원 약국 은행 체육시설 쇼핑점 등 단지 안에 없는 게 없다”고 말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속의 미래도시와 같은 곳이다. 오후 5시를 넘어서면서 어둠이 내리고 퇴근이 시작됐다. 생산라인과 연구소의 불빛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