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 지필고사 금지 엇갈린 반응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교육부가 내년부터 국공립대에 이어 사립대도 논술고사 이외의 지필(紙筆)고사를 치를 수 없도록 법제화한 것과 관련, 대학의 자율성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돼 학생 선발 자율권을 요구하는 대학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조치여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대학마다 선발방안 이견 ▼

대학들은 교육부가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에 반대하면서도 지필고사 등 구체적인 선발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필고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고려대 김성인(金成寅)입학관리실장은 “수능은 변별력이 없고 학교생활기록부는 공정성이 없는 현실에서 무슨 기준으로 학생을 뽑으란 말이냐”며 “대학의 자율을 강조하면서 지필고사를 통한 학력 평가를 무조건 막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제도에서는 고교의 학력 저하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세대 김하수(金河秀)입학관리처장은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지필고사에 반대하면서 수능의 변별력을 높일 것을 제안했다.

김처장은 “수능이 정상적인 성적 분포를 보이면 큰 문제가 없어 변별력만 조금 높이면 좋겠다”며 “대학들이 ‘점수 따지기’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고집하기 보다 선발 방식을 다양화해 좋은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는 중립적인 자세를 보였다. 서준호(徐遵鎬)입학처장은 “수능의 변별력을 2, 3년 전 수준으로 유지하면 수능과 학생부로 학생들을 가려 선발할 수 있다”며 “그러나 수능이단순히 입학 자격만을 따지는 성격의 시험으로 전환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교원노조와 학부모 단체들은 사교육비 증가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지필고사를 반대했다.

▼ 교원노조-학부모단체 반대 ▼

전교조는 2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수능 변별력과 난이도를 높이고 대학별 지필고사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수능은 더 쉽게 출제돼야 하고 자격고사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전풍자(田豊子)대표는 “시험이 많아질수록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지필고사는 폐지돼야 한다”면서 “대학들은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을 뽑기 위해 경쟁하기보다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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