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에 얽힌 궁금증 4가지]

  • 입력 2000년 9월 6일 18시 57분


이번 한가위에는 온가족이 둘러앉아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고 달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자.

▼올해는 보름달이 뜨지 않는다?▼

오는 12일은 음력 8월 15일, 즉 한가위다. 하지만 올해 한가위에 뜨는 달은 보름달이 아니다. 이번 한가위 저녁에 뜨는 달은 보름달에 5%나 모자란 달이다. 실제 100% 보름달은 이틀후인 14일 새벽에야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날까.

음력의 한 달은 29일이나 30일이다. 반면 보름달이 다음 보름달이 될 때까지의 기간은 정확히 29.53일이다. 따라서 음력의 날짜와 달의 위상 사이에는 시간 차이가 나게 된다. 심한 경우 올해 한가위처럼 이틀 정도 차이가 나기도 한다.

▼지평선의 보름달은 왜 커 보이나?▼

지평선 위로 막 떠오른 보름달은 유난히 커 보인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달이 중천에 높이 걸리게 되면 지평선에서보다 작아 보인다. 몇 시간 사이에 달의 크기가 변한 것도 아닐텐데 왜 그런 현상이 생길까. 이런 현상을 ‘보름달의 착시’라고 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논란거리였다.

보름달의 착시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는 달이 지평선의 물체보다 훨씬 더 멀리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뇌는 물체가 위치한 곳의 원근을 고려해 크기를 파악한다. 우리는 지평선 보름달을 지평선의 물체보다 더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기를 실제보다 더 큰 것으로 착각한다. 이런 사실은 금년 초 미국 심리학자 로이드 카우프만과 물리학자인 아들 제임스 카우프만이 시도해 미국과학아카데미회보에 보고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한국천문연구원의 김봉규 선임연구원은 “흔히 사람들은 지평선의 보름달이 커 보이는 원인을 대기의 굴절 현상이라고 믿는데 이는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평선 위로 막 떠오른 보름달은 대기 굴절의 영향을 받아 좌우는 똑같은데 상하로는 조금 찌그러져 보이고 크기는 중천에 뜬 경우와 차이가 없다.

또 지평선의 보름달이 지평선 주변에 보이는 물체와의 비교되어 더 커보인다고 일부에서 믿고 있지만 이것도 잘못된 것이다. 지평선의 달을 주변의 큰 물체와 단순 비교해 본다면 중천의 보름달보다 더 작아 보여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한가위보다 정월 대보름 달이 더 큰가?▼

매월 보름이면 뜨는 보름달. 흔히 정월 대보름 달이 한가위 보름달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그렇다. 하지만 매년 똑같은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보름달의 겉보기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은 지구로부터 달까지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를 한 초점으로 하는 타원운동을 한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까울 때는 달의 겉보기는 커지고 멀 때는 작아진다. 지구상에서 보름달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달―지구―태양 순서로 일직선이 되야 한다. 달의 거리가 지구와 가까워지는 때와 보름달이 되는 때는 서로 관련이 없기 때문에 어느 특정 시기에 보름달의 크기가 커지진 않는다. 올해는 1월 21일에 보름달의 크기가 가장 컸고 7월 16일에 가장 작았다. 무려 13%나 차이가 났다. 그리고 올해 정월 대보름 달은 한가위 보름달보다 7% 정도 컸다.

▼보름달에는 왜 토끼와 여인이 있나?▼

보름달 표면에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있다. 이를 보고 우리나라와 인도, 중앙아메리카에서는 토끼를, 유럽에서는 여인을 상상했다. 두꺼비, 당나귀, 사자의 모습을 생각한 나라도 있다. 경희대 김상준 교수(우주과학과)는 “달은 주로 어두운 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평평한 지대보다 울퉁불퉁한 산악지대가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빛을 더 많이 반사해 밝게 보인다”고 설명한다.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면서 두 귀를 쫑긋이 세우고 절구를 찧는 토끼와 계수나무, 보석 목걸이를 한 여인의 옆얼굴, 책 또는 거울을 들고 있은 여인, 한쪽 집게발을 쳐든 게를 찾아보자.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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