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대형병원 전임醫 1200명 파업 동참

  • 입력 2000년 8월 7일 23시 40분


위암초기 환자로 충남 당진에서 구급차로 실려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머물고 있는 박모씨(46·여)는 7일 “나가라”고 종용하는 병원측의 처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지난달 26일 “수술을 해야 하므로 곧 날짜를 통보해주겠다”는 병원 말만 믿고 집으로 돌아갔으나 연락이 없자 2일 병원을 다시 찾았다. 박씨는 “제대로 된 의약분업도 좋고 명분도 좋지만 환자진료를 막는 폐업이 있을 수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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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에 이어 전임의(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가 7일부터 파업에 들어가 주요병원의 외래진료와 수술이 중단되는 등 환자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전국의 전임의 1200여명은 이날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진료거부에 나섰고 전공의 1만5508명 중 79.2%(1만2282명)가 파업을 계속했다.

동네의원 폐업률은 전국 평균 16.5%로 지난주 초의 24.1%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부산 대구 대전 전남지역이 8, 9일부터 폐업동참을 결정하는 등 의료계 투쟁이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임의 180명이 파업에 동참, 교수 260명이 진료를 전담하면서 외래환자 예약을 20일로 미뤘다. 서울중앙병원은 아예 신규 예약을 중단했다.

전임의 131명이 파업에 들어간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 분만실 중환자실에 전공의와 전임의가 상주하면서 회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술은 평소의 하루 80건에서 12건으로 줄었고 병상가동률은 65%로 떨어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29일부터 전공의 430명이 파업에 들어간데 이어 7일 오전 8시부터 전임의 124명이 파업에 돌입해 수술건수가 평소의 5분의 1인 21건에 그쳤다.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에는 전임의들이 모두 철수한 뒤 전공의 80명이 2교대로 진료중이다.

국립의료원 등 국공립병원도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차질을 빚었다. 국립의료원의 경우 하루 수술건수가 20∼30건에서 6, 7건으로 크게 줄었다.

보건복지부는 각 시도에 국공립병원 및 보건소와 보건지소 진료시간을 오후10시까지 늘리도록 지시하는 한편 국방부와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전국 21개 군병원 중 19곳을 민간인에게 개방키로 했다.

한편 최선정(崔善政)신임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사들의 폐업과 관련해 의료계와의 대화의사를 밝혀 폐업문제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장관은 전공의 및 전임의 폐업에 대해 “그들이 영구적으로 의료행위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닌 만큼 그들의 요망사항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빠른 시간 내에 의료계 인사들을 만나 의사들이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고 당당하게 국민건강을 돌볼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장관의 취임에 맞춰 성명을 발표하고 “최장관은 98년 의약분업안을 성안해 현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던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납득할 만한 해결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 기대를 표시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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