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RO/문화]스탠딩 문화 "우린 서서 즐긴다"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38분


“신제품 ‘스타크래프트’ 백화점 납부건은 어떻게 됐어요?”

“자알 처리되고 있습니다.”

제일제당 특판사업부 백화점 2팀 정황근팀장(35)과 김이중사원(27)이 ‘스탠딩 회의’에서 나누는 대화.

정팀장은 “영업 일선에서 뛰는 만큼 시간이 생명이라 월요일 출근과 동시에 휴게실에서 커피 한잔을 들고 짧게 진행하는 회의로 한 주의 전략을 세운다”고 말한다.

▼#1 걸으면서 한잔의 커피를▼

기업에서 ‘스탠딩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창립행사 등에는 으레 서서 마시거나 먹는 칵테일 파티나 스탠딩 뷔페가 뒤따른다. 점심식사 후 선 채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젊은 회사원들의 모습을 도심의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대학가 10, 20대 신세대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에서도 커피나 음료를 서서 마시는 모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화여대앞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다는 이화여대 국문과 3학년 김나연씨(20). “굳이 앉아서 마실 필요가 있나요. 친구들과 얘기를 하거나 책이라도 봐야 한다면 모를까, 커피만 마시기 위해서라면 시간 끌면서 자리잡고 앉을 필요가 없죠.”

젊은이들의 ‘스탠딩 취향’에 발맞춰 카페로 채워졌던 대학가의 빌딩들은 급속도로 서서 즐기는 서양식 바(Bar) 형태로 업태를 바꾸고 있다.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TTL존’처럼 대학가 주변에 세워지는 이동통신업체의 서비스공간도 선 채로 PC와 인터넷을 이용하는 젊은이가 가득하다.

▼#2 콘서트도 서서 본다?▼

문화현장에서도 ‘스탠딩 세대’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4일 서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록그룹 ‘스매싱 펌프킨스’의 공연, 지난달 21일 같은 장소에서 미국의 록그룹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공연은 30% 이상 ‘입석관객’으로 채워졌다. 1991년 사회문제화됐던 ‘뉴 키즈 온 더 블록’사태 이후 찾아볼 수 없었던 수천명 규모의 스탠딩 콘서트.

두 공연을 준비한 공연기획사 광연재PR의 전지현대리는 “언더그라운드 록밴드들이 수시로 공연하는 홍익대 앞의 ‘드럭’같은 클럽이나 ‘NBINB’같은 테크노바에서 서서 공연을 보거나 음악을 즐기는데 익숙한 마니아층이 두꺼워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식품 및 음료업계는 스탠딩 문화에 발맞춘 제품의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는 컵커피 ‘카페라테’(매일유업)와 ‘프렌치카페’(남양유업), 편의점에서 판매해 레인지에서 구워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내가 만든 컵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