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TTL부터 라이스버거까지 n세대 브랜드 성공보고서

  • 입력 2000년 3월 31일 21시 17분


▼'ⓝ세대를 움직이는 마케팅의 귀재들' 허윤정 지음/시공사 펴냄▼

‘어린아이들이 뿌리는 푼돈’이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네트워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세대’ ‘네트워크 속에서 생활하는 세대’라는 의미의 n세대를 9∼24세로 넓게 정의하면 남한 전체 인구 4분의 1에 육박하는 1186만여명. 월 평균 용돈은 어림잡아 4만원선이지만 전 인구로 환산하면 시장규모가 5조원에 가깝다. 게다가 이들은 현재의 소비자인 동시에 앞으로 수십년을 이끌어갈 미래 소비자다.

이 책은 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상품시장에서도 실체가 있는 ‘목표고객’으로 등장한 n세대의 소비성향을 실제 사례 분석을 통해 파악한 책. n세대 마케팅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SK텔레콤의 TTL, 삼성물산의 힙합패션 브랜드 ‘FUBU’, 롯데리아의 ‘라이스버거’, 삼성의 테마파크 ‘에버랜드’ 삼보컴퓨터의 ‘체인지업·드림시스 EZ’ 한불화장품의 ‘HOT향수’ LG전자의 ‘MP Free’와 대성기획이 만들어낸 그룹 ‘젝스키스’까지를 분석했다. 각 사례에는 마케팅 담당자들의 인터뷰가 덧붙여졌다.

먼저 주의깊게 보아야할 것은 n세대 마케팅에서 지켜야할 원칙.

첫째, 사실만을 말해야 한다. 어중간한 하게 알고 있는 정보로 n세대를고객을 대하면 그날로 사이버공간이 벌집이 되기 때문. 둘째, 곧바로 피드백해야 한다. 전화든 E메일이든 들어온 고객 의견에 대해 곧바로 응답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관심을 돌려버리고 말기 때문. 셋째, 약속은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n세대는 혼자 피해를 보고 마는 소극적 소비자가 아니라 ‘이런 기업은 망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담당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n세대의 특성은 일면 서로 상충돼 보인다. ‘소문에 약하다’ vs ‘손해 보려 하지 않는다’가 그 예. 입소문에 약해 충동구매를 하는 듯이 보이지만 일단 물건을 살 때는 그들의 부모세대보다 더 합리적으로 깍쟁이처럼 따지는 구매행태가 공존하는 것이다.

n세대 성공 마케팅 전략의 공통점은 ‘내 물건이 좋으니 사세요’가 아니라 ‘당신들을 이해합니다’‘당신들 편입니다’라는 것이었다. 고객용의 문화휴식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다른 업체와 협조관계를 이뤄 이용실적을 적립하게 함으로써 고객들이 ‘물건을 쓴다’기보다는 ‘독특한 하위문화를 공유한다’고 느끼게 한 TTL, 힙합가수들의 콘서트뿐만 아니라 힙합 동호회, 힙합 마니아서클에까지 의상을 무조건 협찬함으로써 힙합문화 정착의 기반을 만들어가며 옷을 팔았던 ‘FUBU’의 사례들이 그 예다. 327쪽 9500원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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