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일본천황은 백제인?…홍윤기교수 주장 논란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58분


고대 일본의 천황은 백제인의 후손인가. 최근 나온 한 권의 저서가 이 논란에 또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홍윤기 한국외대교수(일본문화사)의 ‘일본 천황은 한국인이다’(효형출판).

고대 한반도인이 일본 열도에 이주하고 그곳에 선진문물을 전파해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 그렇기에 이같은 추론은 일단 가능하다.

홍교수는 다양한 사료와 유물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최초로 일본을 지배한 백제천황은 백제인의 후손인 오우진(應神·4세기)천황과 닌토쿠(仁德·5세기)천황 부자라고 말한다. 잠시 단절됐다가 6세기 무령왕의 동생이 케이타이(繼體)천황이 된 이후 백제왕족의 후손들이 7세기 말까지 천황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 홍교수 주장의 요지.

저자의 ‘천황〓한국인’론은 허점이 없는가.

△무령왕과 케이타이천황은 형제?〓일본에 있다가 백제에 돌아와 왕이 된 무령왕. 무령왕은 일본에 있는 동생이 케이타이 천황이 되자 동생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503년(계미년) 청동거울(동경·銅鏡)인 인물화상경(人物畵像鏡·현재 일본의 국보)을 만들어 보낸다. 연대와 내용은 동경에 새겨져 있다. 홍교수는 이 동경이 무령왕과 일본 천황이 형제임을 보여주는 유물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본서기’에는 케이타이천황의 등극이 507년으로 되어 있다. 이 4년의 오차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에 대해 홍교수는 “6세기까지의 일본 기록은 연대가 부정확해 이 정도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닌토쿠 천황릉 출토 동경은 백제 것?〓홍교수는 닌토쿠 천황릉에서 발굴된 동경이 백제 무령왕릉에서 나온 의자손수대경(宜子孫獸帶鏡)과 모양이 똑같다는 점을 들어 백제에서 건너간 것으로 본다. 그리고 닌토쿠 천황릉의 주인공 역시 백제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닌토쿠릉에서 나온 동경이 백제에서 만들었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이에 대한 홍교수의 설명은 “당시 일본에선 청동거울을 제작할만한 기술이 없었다”는 것이다.

△백제 성왕은 일본 천황?〓홍교수는 또 ‘백제 성왕이 540년 고구려를 공격하다 실패하자 일본으로 건너가 킨메이(欽明) 천황이 되었다’는 일본학자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삼국사기에 따르면 성왕은 554년까지 백제왕이었다. 이 대목에 대한 홍교수의 설명이 없다.

이같은 ‘천황〓한국인’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조유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고고학) 는 “한·일은 결국 같은 민족이라는 얘기인데 그건 심각한 문제다. 임나일본부설 등 일본의 식민지 경영설에 오히려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효운 동의대교수(한일관계사)는 “일본 천황가에 한국계의 피가 섞였다는 것은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천황가를 한국인이라고 보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다. 설령 한국인 피가 섞여 있다고 해도 그것은 지나간 역사적 사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수주의적인 견해는 곤란하다. 이런 주장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홍교수는 “결코 국수주의가 아니다. 역사는 숨길 수 없는 것이고 나의 작업은 역사적 사실을 밝혀내는 것”이라고 반박.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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