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MOOD]이런 기분엔 이런 음식을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실연(失戀)을 했다.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 그 사람을 잊게해주는 음식이라면 몰라도….

음식이 무드(Mood)에 영향을 준다. 음식이 기분을 바꾸거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먹는 것에 따라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책 ‘푸드 앤드 무드(Food & Mood) ’의 저자 엘리자베스 소머는 “스트레스가 쌓일 때 비타민과 무기질을 충분히 먹으면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연을 했을 땐? 마그네슘과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 비타민B 철분을 듬뿍 들어있는 야채샐러드를 아지작아지작 씹어먹거나 그 사람이 싫어했던 음식의 맛을 새롭게 음미하면서(이렇게 맛있는 걸 싫어하다니, 참 이상한 사람이지 뭐야?) ‘화려한 싱글로의 재탄생’을 기뻐해보면 어떨까.

롯데호텔 조영준 연회담당 조리주임이 ‘푸드 앤드 무드’의 이론을 적용해 무드 푸드(Mood Food)를 만들어 봤다. 이 호텔의 맛동호회 ‘맛을 찾는 사람들’이 메뉴선정을 도왔다.》

▽편안히 쉬고 싶다면 국수나 감자튀김을〓정신적 안정이 필요한 때 감자 국수 파스타 시리얼 빵과 같이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다. 탄수화물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이라는 화학물질이 뇌에서 많이 나오도록 자극하기 때문. 그러나 단순히 안정을 취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덜고 싶은 것이라면 밖으로 나가 바글바글한 사람들 틈에서 바삭바삭한 감자튀김을 먹도록.

▽결의를 다지고 싶다면 매운 메로 스테이크나 낙지볶음을〓치즈 고기 생선 콩 등 고단백식품은 정신이 바짝 들게 한다. 이들 식품은 생각과 행동을 민첩하게 하고 원기왕성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음식과 기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미국 MIT대 리처드 부르크맨박사와 주디스 부르트맨박사는 설명.

조주임은 “그렇다면 영양밥을 곁들인 매운 메로 스테이크를 먹으라”고 권한다. 메로생선의 고단백질과 고추장 소스의 매운 맛이 화끈한 결의를 다지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

매운 맛과 향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자극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칼칼한 낚지볶음을 먹고나면 당신을 괴롭히는 문제와 한판 붙어보겠다는 전의가 불타오를 듯.

▽우울할 땐 달콤한 초콜릿을〓설탕은 감정을 진정시키지만 지방은 고양시킨다. 미국 미시건대 국민영양프로그램 소장 아담 드류노브스키박사와 존스홉킨스대 바바라 스미스연구원은 설탕과 지방이 합쳐진 초콜릿은 감정을 흥분시키면서 진정시키기도 하기 때문에 거역할 수 없는 ‘마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초콜릿이 그렇듯이 롯데 가나초콜릿도 57%의 탄수화물과 32%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다. 초콜릿을 먹으면 신경을 안정시키는 세로토닌과 기분을 좋게 해주는 화학물질인 엔돌핀이 모두 높아진다는 얘기. 초콜릿무스도 권할 만. 부드러움이 상처를 달래줄 터이므로.

▽사랑할 때는 향초샐러드와 새우구이를〓서양에서는 탄수화물이 많이 든 음식이 신경을 이완시키는 것은 물론 졸리게 만들므로 ‘사랑’에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한의사인 김여진씨는 “바나나는 기분을 이완시키고 새우는 에너지를 넘치게 하므로 사랑에 좋은 음식”이라고 추천. 포도주 또한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을 만드는데 효과적이라고.

조주임은 간장소스를 곁들인 향초샐러드와 새우구이를 권한다. 조주임은 “새우구이는 강장효과가 뛰어난 고단백질 스테미너 요리이며 바질과 다임 등 향초는 좋은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깃든 음식이라면〓기분이나 추억이 특정 음식을 선택하게 하기도 한다. ‘엄마가 딸에게 주는 부엌의 지혜’란 책에서 셰리 칸웨이 애펠은 “일곱살, 볼거리를 앓아 누워 있을 때 어머니는 점심으로 토마토수프와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그리고 초콜릿 푸딩을 갖다 주셨다”고 회상하면서 “40년이 지나서도 쓸쓸하거나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일상생활이 고달플 때면 이 음식들을 찾는다”고 했다.

힘든 고비를 맞딱뜨렸다면 늙은 어머니를 찾아가 “옛날 나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을 해달라”고 졸라보자. 세상 겁나는 것이 없었던 그 시절의 기개와 어머니의 무조건적 지원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울 수 있게.

글〓김진경기자(kjk9@donga.com)

사진〓전영한기자(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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