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미등기 과징금 違憲소지"…대전고법 위헌심판 제청

  • 입력 1999년 12월 13일 20시 25분


부동산을 취득한 뒤 3년안에 등기를 하지 않으면 ‘무조건’ 부동산 시가의 3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도록한 부동산실명제법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대전고법 특별부(재판장 이동흡·李東洽부장판사)는 13일 아파트를 분양받고 실수로 등기를 하지 않았다가 과징금을 물게 된 이모씨(37·교사)와 김종훈(金宗勳)변호사가 이 법 10조1항을 상대로 낸 위헌제청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이 법은 명의신탁 등을 악용한 탈세와 투기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95년 7월1일 시행됐으나 단순히 법을 몰라 등기를 하지 않은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두지 않았다.

따라서 법 시행후 3년 뒤인 98년 7월부터 이씨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현재 법원에도 수백여건의 소송이 계류중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법이 탈법행위를 방지해 부동산거래를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제정됐는데도 탈법의 의도가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과중한 금전적 부담을 주게 되는 만큼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95년7월부터 지난해 9월말까지 명의신탁자나 미등기자에 대해 1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이중에는 이씨처럼 시영아파트나 상가 등 등기의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아 등기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경우도 87년 11월 대전시로부터 시영아파트를 1985만원에 분양받아 살면서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등 세금을 모두 납부했으나 아파트가 시의 이름으로 보존등기돼 있어 별도의 등기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이씨는 98년7월18일에야 이사를 하기 위해 이전등기를 했지만 구청측이 “법정 등기 기간이 18일 지났다”며 당시 시가의 30%인 765만원의 과징금을 물리자 소송과 위헌제청신청을 함께 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은 11월9일 김모씨 등 3명이 낸 유사한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적이 있으나 법원이 법 자체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변호사는 “법 자체가 어떤 융통성도 두고 있지 않아 헌재의 위헌결정후 법을 개정하는 것이 피해자 양산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토초세의 경우 한 재판부가 헌재에 위헌제청을 했는데도 세무서가 징세를 계속했으며 결국 위헌이 결정돼 성실하게 세금을 낸 사람들만 피해를 보았다”며 “관청들이 이씨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과징금부과를 중단해야 나중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석호·김승련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