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약정속성(約定俗成)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한자를 익히되 편리한 어문생활, 문화적 素養(소양), 그리고 일상생활에 유익한 단어 위주로 하며 굳이 어려운 한자를 골라 쓰거나 말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보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낯선 한자말을 불쑥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約定俗成이란 분명히 틀렸는데도 오랜 기간 잘못 사용되어 아예 맞는 것처럼 굳어져 버린 경우를 뜻한다. 어문상 일종의 慣行(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살다 보면 원칙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할 때가 많다. 1+1〓2가 아니라 3, 4, 심지어 10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것을 굳이 2라고 고집했다가는 놀림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1+1〓2는 진리이고 원칙이다. 아무도 그것을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漢字의 경우 이런 예는 적지 않다. ‘正鵠(정곡)’이라는 말이 있다. 鵠은 ‘과녁의 정 중앙’, 곧 양궁의 10점짜리 원에 해당된다. 반면 正은 그 보다는 바깥쪽의 넓은 부분이다. 어쨌든 두 글자는 ‘어떤 사물의 핵심부분’을 뜻한다. 그런데 ‘鴻鵠之志(홍혹지지·사나이의 높은 기상)’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이 때의 鵠은 ‘과녁’이 아닌 하늘 높이 나는 ‘고니’를 가리키는 것으로 발음은 ‘곡’이 아니라 ‘혹’이 옳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홍곡지지’라고 읽는다. 約定俗成인 것이다.

또 ‘說得’도 ‘설득’이 아닌 ‘세득’이 옳다. 내 주장을 펴서 남의 생각을 움직이는 경우에 說은 ‘세’로 발음해야 한다. 遊說(유세)가 ‘유설’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역시 約定俗成의 경우다.

한자말의 경우 約定俗成의 경우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잣대는 중국어 발음이다. 우리의 한자발음이 중국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鵠과 說을 정확하게 구별하고 있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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