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時空아우른 종로는 '한국의 힘'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58분


‘아침에 사람이 구름처럼 모였다가 저녁이 되면 일제히 흩어졌다’고 해서 조선시대때 운종가(雲從街)로 불렸던 서울의 종로.

1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연령층이 모이는 거리. 1가부터 6가까지 네거리를 지날 때마다 서로 다른 모습과 연령층으로 인해 특화된 풍경을 연출하는 거리, 종로.

▼ 현대와 전통이 공존 ▼

종로 거리가 600년 넘게 한국의 중심지로 자리잡아온 힘은 무엇인가. 종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가 마련한 서울학심포지엄 ‘종로―시간, 장소, 사람’(17일 오후1시 서울시립대 자연과학관회의실)에서 그 해답을 모색한다.

조경진 서울시립대교수(건축도시조경학부)는 ‘종로의 경관 읽기’, 권오만 서울시립대교수(국문과)는 ‘한국현대시에서의 종로읽기’, 장규식 서울시립대강사(국사학과)는 ‘일제하 종로의 문화공간’의 논문 등을 통해 종로를 읽어낸다.

조교수는 “종로의 힘은 현대와 전통의 조화에서 나오는 역동성, 종로 경관의 특성은 개방성 다양성 중심성 이중성 활력성에 있다”고 정의한다.

첫째, 개방성.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종로2,3가의 1층 상점이나 카페가 대부분 유리로 되어있거나 개방되어 있다는 점이 열린 공간임을 보여준다. 둘째, 다양성. 특히 종로 2,3가엔 600년 세월의 켜가 쌓여 있다. 조선시대의 보신각 종묘 피맛골, 일제시대의 YMCA 탑골공원 단성사, 광복 후의 종로서적 피카디리극장, 그리고 최근의 카페 음식점 게임룸 등.

구역별로 경관과 사람의 모습도 다르다. 1가는 광화문의 오피스권역. 2,3가는 역사 문화 상업적인 경관이 합쳐진 복합 공간. 3,4가는 보석상 의류점 전자제품상가, 동대문상권의 5,6가는 약국 약재상가.

▼ 다양한 연령층 뚜렷 ▼

연령별로도 2,3가는 20,30대, 2가의 뒷골목과 3가는 30∼50대, 탑골공원주변은 60,70대, 영화관 주위는 20∼40대의 거리다.

노점상 역시 나누어진다. 2가는 핸드폰 액세서리 장난감 인형 가게, 3가의 영화관 주변은 ‘먹는 장사’, 3가의 세운상가 주변은 생활잡화 전자제품 게임기 음란물 상점 등.

셋째, 중심성. 종로에 가면 모든 것이 있다. 서울의 중심이다.

넷째, 이중성.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혼재한다. 보신각과 그 앞의 종로타워, 탑골공원과 그 앞의 시사영어사건물처럼…. 대체로 도로 전면은 현대적인 경관이고 이면은 전통적인 경관. 또한 전면은 낮의 거리, 이면은 밤의 거리다. 즉 신구(新舊), 낮밤이 공존하는갈등과긴장의 공간이고거기서역동성이 나온다.

다섯째, 사람들의 활력성. 활력성은 개방성 다양성 이중성에서 나온다.

조교수는 특히 “골목길과 같은 거리 이면의 오래된 풍경이 종로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개발을 이유로 이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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