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칼럼]'숲을 지켜낸 사람들'

  • 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5분


▼'숲을 지켜낸 사람들' / 고다 미노루 지음 / 이크▼

젊은이들은 타지에 취업해 마을을 떠나버리고, 남아있던 사람들마저 궁핍을 견디지 못해 종적을 감추는 ‘야반도주의 마을’ 아야정(町). 66년 47세의 새 정장(町長) 고다가 취임하면서 모든 것이 서서히 바뀌어가는데….

한 의욕적인 지도자가 ‘녹색’과 ‘문화’를 화두로 삼아 사그라져가던 지역공동체를 부활시킨 성공담. 흙과 뿌리가 단단히 맞물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 ‘풀뿌리 민주주의’에도 여러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고다 정장이 취임하자마자 첫번째 맞은 시련. 아야의 풍성한 숲을 벌채하겠다는 영림서의 통보가 날아든다.

벌채가 시작되면 일자리가 마련되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숲이 사라지고 나면 무엇이 남는담?” 고다는 반대서명을 펼치고 농림장관까지 찾아간 끝에 온전히 숲을 지켜낸다.

굴러올 일자리도 차냈으니 무엇으로 고용을 창출할까. 그는 ‘한 평 채소밭 운동’을 펼쳐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하고, 수공예를 장려해 ‘일호일품운동(一戶一品運動)’을 펼친다. 승마용 말을 기르고 그 말로 경마대회 ‘아야더비(derby)’를 열어 관광객을 모아들였다.

“가난한 마을이지만 ‘세계제일’을 만들면 사람들이 몰려들거야.”

캐나다 밴쿠버에서 목격한 밧줄다리. ‘이 정도면 아야에서도 가능하겠는 걸.’ 그는 청원을 통해 관계 법령까지 바꿔가며 세계 최장의 도보용 밧줄다리를 만들어낸다. 역사책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아야성(城)복원도 그의 아이디어.

그러나 그는 “볼거리만 강조하는 관광지는 한번만 찾고 말게 된다”고 역설한다. 외지인이 자꾸 찾아들고 싶은 마음이 들려면 그 고장의 주민이 우선 생기있고 즐겁게 생활해야 한다는 것. 오늘날 아야는 1만명의 주민에 150만명의 외래인이 찾는 관광지가 됐다.

녹색 관광과 특산물로 잘사는 마을을 일궈낸 고다.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리더십.

고다는 “주민의 니드(needs)에 응하기 보다는 트렌드를 좇아라”고 말한다. 주민의 요구만 들어주다 보면 주민은 행정에만 기대게 되고, 행정은 장래를 위한 설계를 할 수 없다는 것.

또 그는 “토론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외친다. “마을에 진실로 도움이 된다면 저항이 예상되더라도 대담하게 제안하고, 많은 의논을 거친 다음 합의를 거쳐 실시해야 합니다.” 208쪽 7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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