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

  • 입력 1999년 10월 19일 11시 31분


▼「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이도흠 지음/한양대학교 출판부 펴냄/503쪽 15,000원▼

이성 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서구의 형이상학은 정신-육체, 광기이성, 주관-객관, 인간-자연등 이분법에 의존한 야만적인 사유라는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촌 환경위기도 알고 보면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는 것을 문명으로 잘못 파악하게 한 서구적 패러다임 때문이다.

'차이'와 '상생'에 바탕을 둔 원효의 화쟁(化諍)이 이같은 서구의 이분법적 패러다임을 극복한 새로운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화쟁기호학. 이론과 실제-화쟁사상을 통한 형식주의와 마르크시즘의 종합'을 펴낸 이도흠씨는 이렇게 말한다. "화쟁기호학을 한마디로 말하면 화쟁의 사유체계로 텍스트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세계는 서구적 패러다임에서 주장하듯 대립과 모순의 변증법적 통합이 아닙니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이중부정과 이중긍정의 개념입니다. 화쟁사상은 우열이 아니라 차이, 투쟁과 모순이 아니라 상생의 관계로 보는 21세기의 패러다임이죠."

그가 화쟁에 발을 담근 것은 80년대 초. 국문학자로 향가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 마르크시즘 비평과 형식주의 비평을 종합하는 이론을 찾던 그는 서구식 이분법적 패러다임에 한계를 느꼈다. 결국 동양사상에서 대안을 찾다가 원효의 화쟁사상에서 그 원리를 발견한 것.

그는 이미 이를 응용한 논문 20여편을 권위있는 학술지에 발표, 학계에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화쟁사상을 원용하면 모든 사회현상의 설명이 가능하죠. 화쟁사상이야말로 서구 인문학자들이 근대성을 반성하며 그토록 찾던 새로운 패러다임입니다."

그는 화쟁기호학을 이른 시일내에 영역, 세계 학계에 소개할 계획이라도 한다.

연제호<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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