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모' 만화영화화 韓-美가 선수쳤다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55분


한국과 미국이 일본 씨름 ‘스모’를 상품화한다?

대중문화의 국경없는 확산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 1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글로리아홀에서는 146억원(미화 1222만 달러)짜리 대규모 애니메이션 합작투자 조인식이 열렸다.미국의 월트디즈니사의 자회사인 DIC와 한국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일본 스모를 소재로 한 TV애니메이션 시리즈 ‘Super Duper Sumos’(52편·1회당 30분)를 함께 만들기로 한 것.

한국의 ‘아메코 엔터테인먼트’와 ‘토픽스’ 두 업체는 이 작품에 79억원을 투자해 기획 배급 수익분배까지 미국 DIC와 동등한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영화 분야에서제일제당이드림웍스에합작투자한 것과 유사한 방식. 그동안 외국의 하청제작에 의존해 왔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로선매우드문 일.

DIC는 ‘형사 가제트’ ‘명탐정 셜록 홈즈’ ‘슈퍼마리오’ 등을 제작한 디즈니의 TV애니메이션 전문 자회사. DIC회장 앤디 헤이워드는 “‘슈퍼 듀퍼 스모’는 ‘닌자 거북이’나 ‘파워레인저’ 이상의 높은 성공을 기대해도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가 스모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3년 간의 기획과정을 통해 스모가 서구에 잘 알려진 동양적 문화상품인데다 애니메이션에 적합한 아이템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 지난해의 ‘뮬란’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소재 한계에 돌파구가 될 동양적 소재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업체가 우리의 씨름 대신 일본의 문화상품인 ‘스모’를 프로그램으로 제작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메코 엔터테인먼트의 정동훈대표는 “김치를 ‘기무치’로 만들어 일본이 전 세계에 파는 데서 보듯이 우리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한국의 기술력과 디즈니사의 배급망을 바탕으로 ‘슈퍼 듀퍼 스모’를 미국 유럽 아시아는 물론, 일본에까지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메코 엔터테인먼트는 미국에서 ‘하이퍼 이미지’라는 애니메이션사를 운영하며 DIC와 함께 일해왔다. 한국의 두 업체는 수익금의 30%를 분배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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