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다시보는 우리역사’ 대조적인 학술-대중서 2권

  • 입력 1999년 10월 15일 18시 45분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90년대 중반부터 붐을 이루기 시작해 지금도 계속된다. 그 관심은 조선에서 시작돼 이제 고려 신라 백제 고구려를 지나 발해와 고조선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에 관련된 대중 역사서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근 발간된 ‘고구려사 연구’와 ‘5백년 고려사’는 이 분야 전문가들의 노작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두 책은 그 구성이나 서술방법, 표지장정 등에서 매우 대조적이다.

서울대 국사학과 노태돈교수의 책은 전문가의 탄탄한 연구성과를 모은 학술서의 전형을 보여준다. 노교수가 특히 관심을 기울인 것은 ‘삼국사기’중 ‘고구려본기’의 사료적 가치에 대한 평가.

▼‘삼국사기’서술 재평가▼

‘삼국사기’는 12세기에 쓰여진 기원전 시대의 역사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노교수는 단정적으로 그 사실성을 부정하거나 긍정하기보다는 “당시 전해지던 사료를 기반으로 하되 그 편찬시기의 역사적 상황과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고구려를 포함한 삼국초기의 정치구조를 ‘부체제(部體制)’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75년부터 노교수가 주장해 온 부체제란 일종의 연합체 형식의 정치체제. 삼국 후기에 중앙집권제로 발전하는 이 부체제는 고구려의 경우 5부로 구성되고 왕은 5부 전체의 지배자인 동시에 왕이 속한 부의 지배자이다. 노교수는 이 부체제가 삼국 중기 이후 중앙집권적 영역국가 체제로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고려가 첫 민족통합”▼

반면 국민대 국사학과 박종기교수의 책은 그 집필과정에서부터 청중과 독자를 의식했다.

대학에서의 강의내용을 정리 보충한 이 책은 ‘왜 고려왕조에 주목해야 하나?’ ‘민족통합의 모델 고려왕조의 본관제’등 목차의 제목부터가 대중적이다.

박교수는 “고려시대 자체의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고려사가 현 사회에 역사적 교훈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라는 정치적 통합일 뿐 민족과 사회의 통합이라는 점에서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고려야말로 신라나 조선과 달리 다원주의적 입장에서 민족과 사회의 통합이라는 과제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