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남자'/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성

  • 입력 1999년 10월 15일 18시 45분


▼'남자' 마틴 데일리·마고 윌슨外 지음/궁리 펴냄▼

페미니즘의 시대, 남자를 말한다.

남성다움은 무엇이고 남성은 과연 여성보다 강한 것인가. 가부장제의 수혜자이던 남성들. 그들 역시 피해자인 것은 아닐까.

이 책 ‘남자’는 제목 그대로 남성의 모든 것을 들여다본다. 아니, 남성에 관한 통념을 뒤집는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올해초 펴낸 책. 미국 캐나다의 생물학자 의사 심리학자 과학기자 20여명이 집필했다. 부제는 ‘일 섹스 건강 열정에 관한 과학적 진실’.

필자들은 생물학적 연구성과와 다양한 통계를 통해 남성다움, 남성성에 대한 기존 통념의 허와 실을 추적한다. 이를 바탕으로 남성성에 관한 사회문화적 심리학적 의미를 읽어낸다. 일 중독, 극한 모험에 대한 탐닉, 근육질에 대한 집착 등은 어디서 오며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이 책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강한 남성이라는 관념 속에 숨어있는 위험. 필자들은 강한 남성의 허상을 아주 사소한 데서 전복시킨다.

강하다는 남성이 어째서 여성보다 평균 수명이 짧아야 하는지. 그것은 모순이 아닌가. 또한 이런 질문도 제기한다. 굵은 목소리, 근육질 등 강한 남성을 상징하는 것들이 심장혈관 질환의 징후라면, 가사일을 싫어하는 동물일수록 수명이 짧다면….

필자들은 이같은 생물학적 사실에서 출발해 사회문화적 심리학적 해석으로 나아간다.

남자의 공격성과 폭력성. 정자가 적극적이고 난자가 수동적이기 때문인가. 필자들은 남성의 체면문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각종 실험과 통계를 통해 이를 입증한다. 남성의 생물학적 본성이라기보다는 문화적 산물이라는 설명이다.

근육질 강건함 정력 등 그동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특징은 남성성의 일부에 불과하고 그것마저 왜곡된 대목이 적지 않다는 것이 필자들의 견해.

이외에 남성의 성과 섹스, 건강에 대한 실용적인 정보도 들어 있다.

이 책은 본격적인 남성학 이론서다. 다양한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남성의 사회문화적 전모를 읽어내기 위한 하나의 시도다. 정력 운운하는 책들과는 분명 다르다.

또한 남성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만든다. 남성은 과연 무엇이고 남성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각은 과연 어떠했는지. 아울러 우리의 미진한 남성학 연구에 중요한 자극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리 만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우선 어느 정도의 생물학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생물학적 이야기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읽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한음 외 옮김. 286쪽 85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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