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典첼로연주 거장 안너 빌스마 17일 내한공연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네덜란드의 첼리스트 안너 빌스마(65). 같은 나라 출신 피터 비스펠베이와 함께 바로크 원전(原典)첼로 연주계를 양분하고 있는 첼리스트다. 비스펠베이는 96년에 이어 올 2월 두번째 내한연주를 가져 국내에 원전첼로 붐을 몰고 온 인물. 그러나 알고 보면 비스펠베이도 4년 동안이나 빌스마에게 배운 제자다.

‘바로크 시대의 연주법을 재현’하는 원전 첼로연주의 대가 빌스마가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17일 3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목록은 깨끗하기 그지없다. 첼로음악의 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 6곡 중 홀수번호 세곡으로 ‘끝’이다.

금세기초까지 이렇다 할 첼리스트를 찾아볼 수 없던 네덜란드. 어떻게 오늘날 첼로계의 큰 숲으로 자라날 수 있었을까. 그것은 60년대 이 나라를 중심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원전 연주의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

59년 카잘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첼로계에 모습을 나타낸 빌스마는 바이올리니스트 얍 슈뢰더, 리코더 주자 프란츠 브뤼헨, 하프시코드 주자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와 함께 ‘암스테르담 4중주단’을 결성해 원전연주 전파에 나섰다.

오늘날 세계 첼로 유파는 로스트로포비치를 필두로 한 러시아파, 토르틀리에 푸르니에 등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파가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는 빌스마의 영향력 아래 원전연주 분야의 뚜렷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첼로의 전신인 비올라 다 감바의 대가 지기스발트 쿠이켄도 네덜란드인이다.

빌스마의 연주가 가진 매력은 ‘원전’ 개념의 딱딱함과 거리가 있으며 그의 선율에는 항상 투명한 울림과 노래하는 듯한 아늑한 표정이 있다. 처음에는 다소 소극적으로 느껴지지만 같은 악보로서도 누구보다 많은 ‘언어’를 들려주는 것이 빌스마의 연주다. 그리고 그 언어는 바로크시대의 뉘앙스가 가득 살아있는 생생한 ‘고어(古語)’로 받아들여진다.

소니사에서 연속해 음반을 내놓고 있는 빌스마는 92년 바흐 무반주 첼로소나타 전곡음반으로 프랑스 ‘르 몽드 드 라 뮈지크’(음악세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최고음반상’을 받았다. 2만∼6만원. 599―5743(빈체로)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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