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出告必面(출고필면)

  • 입력 1999년 9월 26일 18시 58분


일반적으로 농경민족은 靜的(정적)인 국민성을 지닌다. 땅을 중심으로 붙박이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움직이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겼으며 ‘動’자로 이루어진 단어 치고 좋은 뜻을 가진 것이 많지 않다. 暴動(폭동) 蠢動(준동) 煽動(선동) 妄動(망동) 등….

자연히 수십 대를 걸쳐 한 곳에 사는 경우가 많으며 아예 동네 하나를 이루어 수백 년간 뿌리를 내리면서 살아오는 소위 集姓村(집성촌)도 드물지 않다.

결혼도 기껏해야 산 하나 너머에서 짝을 구했으며 심지어는 같은 동네에서도 혼사가 종종 이루어지곤 했다.

이처럼 옛날에는 行動半徑(행동반경)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대문을 나서면 고생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니 집 떠난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은 편할 리 없다. 제대로 먹기나 하는가, 행여 다치지나 않나, 逢變(봉변)이라도 당하지 않나, 자나깨나 걱정이다. 그러나 이런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는 자식은 많지 않다.

그래서 孔子(공자)는 세상의 모든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父母在(부모재)거든 不遠遊(불원유)하며 遊必有方(유필유방)이니라.’

論語(논어)에 보인다. 다시 말해 어버이가 살아 계실 때는 가급적이면 멀리 나다니지 말 것이며 혹 부득이하게 나갈 때에는 반드시 행선지를 알려드려야 한다는 뜻이다.

禮記(예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夫爲人子者(부위인자자)는 出必告(출필고)하고 反必面(반필면)하며 所遊(소유)를 必有常(필유상)해야 하니라.’

자식들은 집을 나갈 때 반드시 부모님께 고하고 돌아와서는 잊지 말고 뵙고서 잘 ‘다녀왔습니다’ 하고 인사를 드리며 함부로 쏘다닐 것이 아니라 목적지가 일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를 모신 자식으로 심려를 끼쳐드리지 않는 것은 孝의 근본이다.

‘反必面’의 ‘反’은 ‘返(돌아올 반)’과 같아 ‘돌아오다’는 뜻으로 새겨야 한다. ‘出告反面’인 것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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