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병원 "음치 스트레스 확 풀어드려요"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가요. 아∼ 미운 사람”.

혹독한 ‘권요가(勸謠歌)’다. 정말이지 요즘은 노래를 못하면 장가를 못간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큼 ‘사회적 바보’로 취급받는 경우도 있다.

8월29일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석현리 에버그린 관광호텔. 가수 이병원이 개설한 ‘음치탈출’ 강좌에 음치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57명이 모여 종일 ‘노래 잘하기’ 강의를 받았다. 20대∼60대의 참가자들은 복식 호흡법과 양동이 두들기며 박자맞추기 등을 진지하게 배우고 있었다.

이들의 ‘사연’.

“노래방에 가면 최소한 몇곡은 잘 불러야 합니다. 그걸 못하니 사회 생활이 수동적이 되더군요. 이 나이에 사내답지 못하다는 눈총도 받고.…”(한 중년남성·54)

“기를 쓰고 배우고 있어요. 회식 뒤 2차로 노래방에 갈 때 자신이 없어요.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이 왜 그렇게 가슴에 꽂히는지.”(성진옥·여·40)

90년대 초부터 확산돼온 노래방은 전국에 2만8000여곳(문화관광부 집계). 룸살롱 단란주점 등 4만1000여곳(식품의약품안전청 집계)을 합하면 모두 7만여곳이 마이크를 잡고 ‘나도 스타’를 외치는 장소다. 인구로 따지면 650여명당 1곳 꼴.

상당수의 ‘음치’가 주눅든 나머지 ‘클리닉’에 호소할만큼 고통받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서울시립대의 송도영교수(도시사회학)는 “노래방은 집단적적인 ‘감정의 얽힘’을 요구하는 한국 특유의 조직 문화가 펼쳐지는 곳”이라며 “선뜻 마이크를 잡지 않으면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할 것이라는 식의 편견이 음치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 엽기자〉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