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방 춤 '장검무', 50년만에 다시 본다…정선혜씨 재현

  • 입력 1999년 8월 11일 18시 33분


쉴새없이 펼쳐지는 몸과 발의 동작들, 머리 위에선 길이 1m의 번쩍이는 칼이 또다른 춤을 춘다. 허공을 가르는 장검은 너울대는 춤사위처럼 민첩하게 감겼다가 다시 흩뿌려진다. 이매방의 ‘장검무(長劍舞)’.

장검무는 인간문화재 이매방이 1940∼50년대 서울 을지로 원각사, 명동 국립극장 등에서 공연할 당시 인기높던 그의 레파토리였다. 이 장검무가 50년만에 처음으로 재현된다. 17일 오후 7시반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공연되는 ‘정선혜 우리춤―초심(初心)’.

10년째 이매방류 춤의 전수를 받고 있는 정선혜는 이 공연에서 ‘살풀이’ ‘승무’ ‘입무(立舞)’ 등 이매방류의 춤 6가지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재현하는 장검무와 무녀도는 이매방의 대표적인 창작춤.

장검무는 이매방이 12살 때 중국의 한 경극배우에게서 배운 검무의 기본 칼사위와 우리의 전통 검무를 결합해 만들었다. 무녀도는 무당이 굿판에서 신명나게 흔드는 춤으로 ‘변덕이 죽 끓듯’ 춤사위가 민첩하고 섬세한 것이 특징.

“선생님, 너무 힘들어서 못추겠어요.”

“원래 한국 전통춤은 속에 있는 힘으로 하는 게야. 서양춤처럼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속으로 누르면서 추는 게지.”

두 달 전부터 정선혜는 74세의 노스승의 집에 머무르며 춤을 전수받고 있다. 이매방은 무대의 소품과 춤출 때 입을 의상까지 자신이 직접 꿰매 만들어주는 등 이 춤의 전수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매방류의 ‘살풀이’와 ‘승무’는 전수자와 이수자만을 합쳐도 100여명. 그러나 자신의 창작춤인 장검무와 무녀도는 전수를 하지 않아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매방은 지난해 서울국제무용제에서 공연하던 정선혜의 날렵한 춤사위와 ‘끼’를 보고 이 춤의 전수자로 택했다. 4000∼8000원. 02―539―0303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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