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신화꺼풀' 벗긴 이집트 문명속으로…

  • 입력 1999년 8월 6일 19시 19분


▼'태양을 삼킨 람세스'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 지음/우종길 옮김/영림카디널/464쪽 1만2000원▼

▼'먼나라 여신의 사랑과 분노'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 지음/용경식 옮김/영림카디널/256쪽 9000원▼

▼'태양의 여인들'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이인철 옮김/영림카디널/352쪽 1만원▼

97년 여름.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 ‘람세스’가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이집트 붐이 일어났다. 지난 겨울 63빌딩에서는 이집트 문명전이 열렸고 올 여름엔 SF영화 ‘미이라’가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중 하나인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는 일련의 이집트 붐에 대해 ‘상상력이 진실을 압도하는’ 상황이라고 꼬집는다. ‘피라미드의 비밀’ ‘투탕카문의 복수’ ‘고대문명에 대한 외계문명설’ 등 할리우드식의 조악하고 단편적인 수준으로만 이집트 문명이 다뤄져 왔다는 것. 그는 탈신화화(脫神話化)한 이집트의 역사적 사실이 어떤 반짝이는 허구보다 더욱 감동적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본격적인 이집트학 연구서. 이집트 고대문화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통해 신비적이고 미신적인 오류들을 바로 잡는다.

책 ‘태양을 삼킨 람세스’는 누비아와 테베에서 람세스가 건축한 신전의 건립 과정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카데슈 전투와 히브리인들의 출애굽에 대한 과감하고도 새로운 재해석도 시도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나일강이 범람하지 않는다’는 말은 곧 세상의 종말을 뜻했다. 은혜로운 동시에 위험천만한 범람의 힘은 이집트의 생명과 풍요를 보장해주는 신의 선물이었다.

책 ‘먼나라 여신의…’는 나일강이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들이 이집트 유물 속에서 어떤 상징적 이미지로 나타나는지 다양한 도판과 주석을 통해 해석해낸다.

파라오가 언제나 ‘왕과 왕비’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이집트 여성들은 인류역사상 가장 평등한 삶을 누렸다. 책 ‘태양의 여인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맘껏 발휘했던 이집트 여인들의 삶을 추적한다. 세상의 눈동자였던 이시스, 대역사를 지휘했던 파라오 하쳅수트, 태양의 아내 네페르티티, 야망에 찬 클레오파트라, 직업여성들, 신전의 여신관 등 고대 이집트 여성들의 삶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당당하고 자유로웠다. 본격적인 연구서이지만 미려한 문체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또 거의 매 쪽마다 삽화와 그림이 들어있어 시각적 효과도 뛰어나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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