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3대주체별 투자패턴]외국인, 매매타이밍 절묘

  • 입력 1999년 5월 9일 18시 22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은 ‘주가가 오르면 뒤늦게 사고 주가가 떨어지면 허둥지둥 팔아치우는’ 뒷북치기식 주식매매가 전형.

또 1만원대의 저가주에 주로 투자하는 등 종목의 ‘내재가치’보다는 ‘현재 가격’에 집착하는 투자방식을 고수하는 것도 주요 특징 중의 하나. ‘싼 맛에 투자’하는 초보스타일의 한물간 투자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6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23.5%로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27.51%를 밑돌았다.

대세상승 국면에서 지수상승률에 뒤처지는 수익률을 냈다는 것은 F학점은 아니더라도 C 또는 D학점 수준의 부진한 성적.

그런가 하면 기관투자가들이 같은 기간 동안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주가상승률도 지수상승률을 약간 웃도는 29.7%에 불과해 결코 내세울 만한 실적은 못됐다.

반면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한 종목은 평균 45.0%의 주가상승률을 기록, 국내투자자(기관과 개인)들에 비해 월등한 투자실력을 과시했다.

▽매도를 잘해야 고수다〓주식투자는 ‘살 때보다 팔 때가 어렵다’는 게 정설. 주식은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살 수 있지만 매도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모든 것은 손에 쥐었다가 놓쳐버리는 격’이 될 수 있다.

외국인들은 투자종목을 고르는 데 돋보이는 안목을 보여줬지만 특히 주식을 파는 과정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외국인들이 올들어 집중적으로 판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주가하락률은 6일 현재 13.9%에 달했다. 떨어질 만한 주식을 주로 팔았다는 얘기.

반면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 주가는 오히려 각각 40%, 53%씩 상승했다. 추가 상승이 가능한 종목을 집중적으로 판 셈. 목표로 한 수익을 거뒀기 때문에 적절한 이익을 내고 최근 팔아치운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매도 타이밍을 잘못 잡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놓친 것으로 증권관계자들은 풀이했다.

개인들이 올들어 20여만주 순매도한 주택은행의 경우 6일까지 113%나 주가가 오르는 등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 중에서 연초대비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하나도 없었다.

개인들은 특히 1만원대 안팎의 저가주를 집중적으로 사고 단기매매에 치중하면서 지수상승률을 밑도는 투자수익을 남긴 것으로 거래소는 분석했다.

▽실력 차이는 무엇 때문인가〓대신경제연구소 박만순(朴萬淳)책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장세를 주도하고 개인과 기관들이 외국인을 뒤따르는 매매 패턴을 보였기 때문에 수익률에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외국인들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아시아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해 내재가치가 높은 업종대표주에 장기투자함으로써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반면 개인들은 장기적인 추세에 입각해 종목을 고른 게 아니라 재료가 노출된 개별종목을 단기매매해 큰 이익을 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연구원은 “재료가 노출돼 주가가 오르고 있는 종목을 뒤늦게 매수하고 확신없이 종목을 고르다보니 주가가 조금만 출렁여도 내다 파는 성급함을 보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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