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최우석/난-속독중 행간서 터득하는 지혜

  • 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나의 책읽기는 난독(亂讀)과 속독(速讀)의 연속이다. 체계를 세워 꼼꼼히 읽기보다 그때그때 필요와 흥미에 따라 여러 가지 책을 섭렵해 나간다. 책을 자유롭게 읽으면서 직장 생활을 했으니 퍽 행운이라 생각한다.

오랜 신문사 생활에서 연구소로 옮기고 난 뒤 모자라는 전문지식을 메우기 위해 주로 경제 경영 관계 책을 읽는다. 요즘엔 IMF 관련 책이나 경제 논문과 보고서가 많은데 그런대로 재미있다.

책에 관한 한 비교적 호사를 하고 있다. 책도 많이 모으고 흥미있는 주제나 좋아하는 필자의 책들을 몽땅 사다 놓고 본다.

대학땐 전공분야인 경제 경영보다 역사책이나 세계 명작들을 많이 봤다. ‘삼국지’ ‘수호전’ ‘임꺽정’ 등을 몇 번이나 읽었는데 ‘삼국지’는 판을 달리하여, 또 인물 각론별로 지금도 읽고 있다.

30대 한참 일선기자를 할 때는 W 사일러의 ‘제3제국의 흥망’을 읽고 논픽션 현대사에 눈을 떴다. 그 뒤 처칠과 드골의 회고록, 2차대전사, 한국전쟁사, 폴 존슨의 논픽션물 등으로 연결됐다. 30대 후반 논설위원때 일본에서 나온 16권짜리 시리즈 ‘세계의 역사’(中央公論社刊)를 마음먹고 읽어 세계사의 흥미진진함에 빠져들었다. 또 최인훈 이청준 박경리 이문열 조성기 등의 작품들은 많은 감동과 희열을 주었다. 특히 이문열의 다양한 주제와 탄탄한 문장을 좋아한다.

나이 들고 나선 역사서 전기물 회고록 기행문 과학책을 많이 읽는다. 수필이나 소설은 이젠 마음에 맞는 것을 만나기 힘들어 별로 읽지 않는다. 얼마전 이윤기의 소설 ‘하늘의 문’을 만나 기뻤다. 전기물로는 난세에 변신의 천재들인 ‘조지프 후세’ ‘탈레이랑’ ‘빙도(馮道)’ 등을 흥미있게 읽었다.

40대 이후엔 일본책을 많이 읽었는데 작가로선 엔도 슈샤구(遠藤周作)를 좋아한다.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넉넉함, 또 유머정신에 끌린다.

이렇게 난독을 하다보니 좋은 고전을 체계적으로 읽지 못해 기초 부실과 밑천 부족을 통감하고 있다. 독서에 빠지다 보면 행동성 적극성 사회성이 부족하고 다소 이기적이 된다. 건강에도 별로 안좋다. 그러나 독서가 너무나 큰 기쁨과 위안을 주기 때문에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다. 이미 어쩔 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다.

최우석<삼성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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