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 서울 도심 「생태계 寶庫」

  • 입력 1999년 3월 17일 19시 04분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국립묘지)이 도심 속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자리잡았다.

고려대 자연환경보전연구소와 서울 동작구청은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간 국립현충원의 생태계를 조사한 결과 천연기념물 제323호인 붉은배새매를 비롯해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등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 조류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사팀은 1백40만㎡의 국립 현충원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 새호리기 노랑할미새 깝짝도요 등 산새와 물새 27종도 확인했다.

고려대 산림자원학과 변우혁(邊雨爀)교수는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나 발견되는 오색딱따구리 등이 서울 도심에 둥지를 튼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붉은배새매와 새호리기 등 맹금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은 현충원의 동물 생태계가 안정적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립현충원의 식물 생태계도 도심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연림에 가까운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녹지는 아까시나무와 현사시나무 군락이 전체 수목의 50∼60%에 이르고 있으나 국립현충원의 경우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아까시나무 군락이 10%에 불과하다. 대신 신갈나무 팥배나무 산벚나무 등 토착 수목이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고려대 산림자원학과 이우균(李佑均)교수는 “국립현충원은 54년 조성 이후 사람들이 별로 출입하지 않은데다 깨끗한 개천이 흘러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립현충원의 수목분포를 도시림(都市林)개발과 관리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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