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依兵전역비리]군의관-사병부모 유착 사실로 드러나

  • 입력 1999년 3월 3일 19시 42분


국방의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젊은이가 군대를 안 가거나 중간에 그만두는 방법은 세가지다.

징병검사 때 질병이나 신체조건 때문에 병역의무를 면제받는 경우(병역면제), 일단 입대했지만 사고로 몸을 다치거나 질병이 생겼을 때(의병전역), 본인이 아니면 가정의 생계 유지가 곤란한 때(의가사 전역)이다.

이번에 적발된 의병전역비리는 질병이 생겼을 때 조기전역시키는 규정을 악용한 것으로 멀쩡한 군인도 돈만 있으면 환자로 둔갑시켜 군복무중 조기전역할 수 있다는 고질적 병폐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자민련은 97년 3월부터 “문민정부 말기인 96, 97년에 부유층 자제의 의병전역 사례가 급증했다”고 주장해 왔지만 국방부는 이를 계속 무시하다 새정부가 출범한 뒤 천용택(千容宅)장관의 지시로 감사를 벌였다.

적발된 1백98명중 1백70명은 ‘신경증’을 이유로 일찍 전역했다. ‘1년 이상 치료경력이 확인되고 군복무중 단체생활에 지장이 있을 경우’에만 전역시키는 규정을 무시하고 짧게는 입원한지 1개월만에, 대부분은 3,4개월 이내에 전역해 비리의혹이 짙은 부분.

국군청평병원은 ‘정신지체’와 관련해서 지능지수(IQ) 70 이하에 한해 의병전역이 가능한데도 IQ 73∼111인 사병 4명을 정신지체자로 판정했다.

특히 상당수의 군병원은 군의관의 소견,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 단층촬영(CT)기록, 판독의견서 등 5년간 보관하도록 돼 있는 관련 자료를 대부분 없애버려 조직적인 은폐의혹을 받고 있다.

군당국은 허위진단에 의한 의병전역 과정에서 군의관과 사병 부모들이 금품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수사를 통해 이런 ‘비밀거래’를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병전역 사유의 대부분인 ‘신경증’이나 ‘정신지체’의 경우 ‘군복무 시절 생긴 질환을 계속 치료받아 지금은 괜찮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뒤집을 증거가 없으면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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