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도우미」를 아십니까?…서울에만 626명 활동

  • 입력 1998년 11월 26일 19시 39분


생활보호대상 노인이나 지체부자유자의 친구,‘가정도우미’를 아십니까.

96년초 서울시는 심신장애 노인을 양로시설에 수용하던 정책을 노인의 집에서 보살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양로원 등 낯선 환경보다 익숙한 곳에서 생활하고 싶어하는 노인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 이를 위해 가정도우미를 처음으로 선발했다.

이후 가정도우미에 대한 반응이 좋아 현재 서울에는 6백26명의 가정도우미가 노인과 지체부자유자 3천9백여명을 돌보고 있다. 봉사시간은 주 5일간(월∼금요일)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필요에 따라 야간이나 휴일에도 활동한다.

시에서는 이들에게 활동비로 하루에 2만6천4백원을 제공하고 있다. 단지 돈때문에 하는 일이라면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다.

지난해 4월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유일한 남자 가정도우미 김팔원(金八源·55·서울 강북구 수유3동)씨.“밥짓고 빨래하는 일뿐만 아니라 목욕을 시키고 용변도 받아내야 하죠.‘내가 돕지 않으면 할 사람이 없다’는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김씨의 동갑내기 부인 정갑임(鄭甲姙)씨도 가정도우미.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부부 가정도우미’. 김씨 부부는 강북구 번동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노인과 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다.

가정도우미들은 몸고생보다 마음고생이 심하다. 돌보는 노인이나 지체부자유자들로부터 가슴이 미어지는 사연을 듣고 위로해줘야 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기 때문.

가정도우미 한영수(韓英洙·41·여·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씨는 “가족들이 외면한 지체부자유자나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노인들의 신세한탄을 들어주며 같이 눈물을 펑펑 쏟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봉사정신과 인간애가 넘치는 사람이면 가정도우미 신청을 해볼만하다.

동사무소에 지원신청을 하면 공무원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가 면접을 한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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