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대 「만화배우기」붐…작가지망생 2만∼3만명

  • 입력 1998년 11월 15일 20시 08분


경기 고양시 화정에 사는 주부 이모씨(30). “집에서 맨날 뭐하느냐”는 남편의 압력에 ‘부업으로 해볼까’하고 만화 그리는 법을 소개한 책 세 권을 사와 집에서 ‘공부’ 중.

몇 달 전 직장을 그만둔 윤혜정씨(26). 대학 국문과에 들어가며 접었던 만화작가 꿈을 다시 펼치고 있다. 현재 미술학원에서 데생과 색깔 등 기초를 다진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만화수업에 나설 생각.

만화 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시중에는 만화작법 책도 여러 권 나와 있고 만화동호회만도 수백개를 헤아린다.

최근에는 사설학원도 늘어 서울시내에만 15곳이 성업 중. 사회단체 등에서 구직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만화애니메이션 반’에도 주부들이 몰린다.

▼원인〓만화와 애니매이션이 성장산업으로 떠오른 탓. 또 만화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미국의 디즈니사가 애니매이션 한 편으로 수백억∼수천억원을 벌고 일본에서도 ‘슬램덩크’ 만화시리즈로 수십억원을 번 작가가 나왔으며 국내에서도 영상소프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서울영상만화학원의 유강희원장은 “만화로 먹고 사는 차원을 넘어 전문직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게 사람이 몰리는 큰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리는 사람들〓20대∼30대초반이 주류. 10대 때 ‘캔디’ ‘비둘기합창’ ‘요술공주 세리’ ‘마징가제트’ 등 만화책과 TV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 이들은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만화가게를 찾는다. 현재 직장에 다니면서 PC통신 미래텔의 ‘만화동호회’를 이끌고 있는 회사원 윤원미씨(24)는 “직장일과 만화를 병행하는 게 힘들지만 재미있고 좋아서 그린다”며 좀더 잘하게 되면 프로로 나설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박정모씨(28). 만화가 좋아 여러 작가 밑에서 문하생으로 지내면서 작가가 데생한 그림에 색깔을 입히는 ‘뒷처리’→인물을 빼고 배경만 그리는 ‘배경처리’→인물의 표정을 그리는 ‘터치’까지 공부했다.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

만화동아리연합의 유제환회장은 “작가 지망생이 2만∼3만명은 되고 인터넷에도 수백개 사이트가 뜰 만큼 저변이 넓다”고 말한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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