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현지취재]集安 고구려유적 무너져 내린다

  • 입력 1998년 11월 2일 19시 39분


‘내팽개쳐진 고구려 유적.’

서기 3년부터 4백여년간 고구려의 두번째 수도였던 압록강 중류지역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일대 고구려 유적이 오랜 세월의 무게에 무너져내리고 있다.

제2대 유리왕때 흘승골성(紇升骨城)에서 천도한 국내성(國內城)의 초라한 잔해는 고구려 유적의 훼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31일 지안시내 주택가의 아파트 단지를 뒤져 겨우 찾아낸 국내성 유적은 지상 2m정도까지 돌이 남아있을 뿐 잡초에 덮인 채 볼품없이 방치돼 있었다. 장방형의 돌을 5m 높이로 쌓았다는 2천7백여m 도성의 자취는 거의 사라져 버렸다.

고구려 최전성기의 영웅 광개토대왕 유적도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호태왕비로도 불리는 유명한 광개토왕비는 82년부터 비각을 세워 보호하고 주위를 단장했다고 하지만 높이 6.39m 폭 1∼2m의 거대한 비석은 금이 가고 마모돼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광개토대왕릉으로 알려진 태왕릉(太王陵)은 찾는 이들을 더욱 애처롭게 한다. 태왕릉은 둘레가 66m나 되는 거대한 적석(積石)의 왕릉이었으나 돌이 무너져내리고 잡초에 뒤덮여 폐허처럼 방치됐다. 관이 안치돼 있던 왕릉내부로 통하는 문은 평소 잠가놓고 있다가 관람객이 요청하면 1인당 50위안(8천원)씩 받고 열어준다.

‘동방의 피라미드’로 불리는 장군총. 5세기초에 건립된 적석묘로 일설에는 장수왕의 무덤이라고도 하는 이 고분은 높이 12.4m의 위용을 자랑하지만 1천5백년의 세월 탓인지 무덤을 쌓아올린 돌의 틈새가 벌어져 곧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장천(長川)1호분 등 유명한 고구려 벽화고분들도 대부분 출입문을 시멘트로 봉쇄해 접근이 불가능하다. 공개된 벽화는 곳곳에 하얗게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지안시 일대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 고분 약 1만여개중 발굴된 것은 1천여개 뿐이며 나머지는 손도 대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지안〓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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