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서31곳 점검]즉결피의자 멋대로 「불법감금」

  • 입력 1998년 10월 29일 19시 10분


경찰에 경범죄로 연행된 즉결심판 피의자들이 불법 감금되는 등 인권유린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28일 밤 10시부터 29일 새벽까지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즉결 보호실을 확인한 결과 즉결 피의자 35명중 34%인 12명이 정당한 사유없이 감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91년과 94년의 대법원판례, 97년 서울고등법원 판례에 따라 즉결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보호’는 원칙적으로 모두 위법이며 이는 불법감금에 해당한다.

다만 즉결 대상자 여부와는 상관없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에 따라 술에 취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 정신착란자 미아 병자 부상자와 죄질이 반사회적이고 악질적인 사람중 주거가 확실하지 않아 형집행에 지장이 있는 사람에 한해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찰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 즉결 피의자에 대해서는 집으로 돌려보낸 뒤 재판이 열리는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경찰서에 나오도록 ‘비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취재진의 확인 결과 이날 서울시내 31개 경찰서중 즉결 피의자가 없었던 16개 경찰서를 제외한15개 경찰서에서 노점상 도로교통법위반자 호객행위자 등 12명이 정당한 사유없이 감금돼 있었다.

27일 북부간선도로에서 신고를 하지않고 도로보수공사를 하다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적발된 유중현씨(62·대진주택개발㈜ 현장소장·경기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는 이날 오후 3시 마포경찰서에 출두한 이후 다음날 즉결심판에 회부될때까지 보호실 철창안에서 모포 한 장에 의지해 밤을 지새야했다. 보호실 근무자는 “유씨는 비보호 대상자이지만 상황실장의 허가가 나오지 않아 구금했다”고 말했다.

남부터미널에서 포장마차를 하다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서초경찰서에 잡혀온 강선록씨(37·여·동작구 사당동)는 “가족이 와서 신원보증을 해야 풀어준다는데 남편도 장사를 하는 입장이라 부를 수 없었다”며 “힘없고 배경없는 사람들만 갇혀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거가 일정한 즉결 피의자에 대한 신원보증 요구는 출석을 담보하기 위한 편의적인 조치일 뿐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관행상 신원보증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경찰서 상황실장이나 보호실 근무자들은 대부분 비보호 원칙에 대한 법률 지식이 없었으며 보호 처분이 상황실장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내려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각 경찰서의 즉결 피의자에 대한 비보호 처분 비율도 크게 달랐다.

서울용산경찰서의 경우 1일부터 28일까지 적발된 즉결 피의자 73명중 83.5%인 61명이 비보호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마포경찰서는 1백25명중 6%인 8명만이 비보호조치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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