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평가제 4개월]독자 숨결 「따뜻한 지면」 만든다

  • 입력 1998년 9월 29일 19시 08분


물샐 틈 없는 감시의 눈…. ‘독자기사평가제’가 실시된지 4개월, 동아일보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거듭하고 있다. 꼼꼼하고도 예리한, 때로는 아프지만 애정어린 독자들의 기사평가가 ‘기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자들의 원초적 고민을 일깨운다.

9월 한달, 국제면을 뜨겁게 달궜던 클린턴 성추문 사건. 특히 15일자에 게재된 스타 특별검사의 보고서에 대해 독자들의 힐난이 쏟아졌다. “연예 주간지를 보는 느낌이다”(김현미씨) “‘오랄섹스가 뭐야’라며 영한사전을 뒤적이는 어린 동생에게 뭐라 말하라는 것이냐”(조순미씨)등. 미국대통령의 탄핵을 가져올 지도 모를 ‘역사적인 사건’을 지나칠 수는 없었고 고심끝에 ‘관련기사를 보는데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붙여 소개했다는게 담당 부서의 설명.

미즈&미스터 면은 다소 엇갈리는 평가의 연속. ‘지상평결’과 관련, “신문은 개인의 문제를 풀어주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소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며 의무를 망각하고 있다는 비난(서영남씨)도 있었으나 “미즈&미스터 코너가 너무 신선하다. 1회분을 보내달라”는 찬사(임현정씨)도 줄을 이었다.

75세 불자(佛子)노인이 성당을 찾아 19세 아가씨와 외도했다고 고해성사하는 내용의 ‘사이버 우스개방’(28일자)에 대해 “정말 웃음이 나오느냐”(한 불자), “‘쇼핑 줄어든 주부들 집에서 뒹글뒹글’이란 표현은 적절치 못했다”(한 맞벌이 주부)는 엄중한 항의와 지적이 잇따랐다. 이대약대 박사과정에 다니는 한 독자는 ‘동아일보에선’ 생명과학분야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꼬집기도.

E메일을 통한 독자와 기자와의 인간적인 교류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 ‘창’에 실린 사연을 보고 E메일을 통해 온라인 계좌번호를 물어온 독자, “오자 1개를 발견, E메일을 보냈는데 즉각 오자에 대한 인정과 감사의 인사가 전해왔다”(최해근씨), “날씨이야기 기사를 수첩에 메모해 읽는다”(오은경씨 등)는 독자도 있었다.

독자기사평가제와 함께 실시한 ‘인터넷 독자기자제’도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내는 물론 취재진의 발길이 미처 닿지 못한 해외에서 흥미롭고 따끈따근한 기사를 보내오고 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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