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립 50돌기념특집]분단을 넘어서

  • 입력 1998년 8월 9일 20시 27분


정부수립 50년은 곧 분단 50년이다. 해방후 좌우로 갈린 민족진영은 끝내 하나가 되지 못했다. 48년 8월15일 남한에서는 대한민국이 수립됐고 북한에서는 그해 9월9일에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수립됐다.

꼭 분단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을만큼 입장과 견해가 다양해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해방후 민족내부의 좌우대립이 극복될 수 있었더라면 분단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일각에서는 “어차피 미소(美蘇)냉전의 심화 속에서 분단은 피하기 어려운 과정이었다”는 주장도 한다.

어떻든 분단으로 인해 해방은 곧 ‘미완의 해방’이 되고 말았고 이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했던 희생은 컸다. 남북은 한 차례의 전쟁을 치러야 했고 그 이후에도 국가와 사회는 정상적인 발전궤도를 달릴 수 없었다. 막대한 군사비로 고통을 겪었고 격화된 적대감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수립 50년은 따라서 분단극복에 대한 각오를 새로이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결코 짧지 않는 지난 반세기 동안 분단 극복에 큰 진전이 없었음을 반성하고 이제는 ‘미완의 해방’을 ‘완성된 해방’으로 바꾸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분단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한다. 분단은 전후 양극적 냉전체제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민족의 역량부족의 산물임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민족의 역량을 키워 적어도 우리 내부의 모순과 적대감이 분단극복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70년대 초에 이미 ‘좋은 분단’과 ‘나쁜 통일’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통일문제를 탈(脫)감성적으로 볼 것을 주장했던 고려대 이호재(李昊宰·국제정치)교수는 지금도 남북이 상호 실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신뢰를 회복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분단극복의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민족통일연구원의 양영식(梁榮植)원장은 “남북이 서로의 국가적 실체를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교류와 접촉 증대를 통해 평화공존을 추구하는 게 통일논의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 인정과 교류 협력을 통한 점진적 관계개선이 곧 분단극복의 첩경임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인천대 김학준(金學俊)총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의 역량 배양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남북이 내부개혁을 통해 각자의 사회를 훌륭하게 발전시킨 뒤 통일을 모색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양측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으로 돌아가 화해 협력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단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50년의 진로에 대한 시사(示唆)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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