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스스로」와 「내 스스로」]

  • 입력 1998년 7월 19일 19시 05분


대기업 부장인 홍모씨(43·서울 개포동)가정은 인스턴트 식품은 거의 안먹는다. 반찬 간식류도 외부에서 완제품 형태로 구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웬만한 건 집에서 재료를 사다 직접 만들어 먹는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음식의 질을 추구하기 때문. 휴일이면 가족들이 함께 요리하는데 그 과정이 더할 나위없이 즐겁다고 한다.

‘스스로 문화’속에는 ‘내 스스로 한다’와 ‘너 스스로 알아서 해라’의 두 형태가 공존한다. 이 둘은 결과적으로 스스로 한다는 점에서 외양은 같을지라도 동기면에선 다르다.

‘내 스스로 한다’에는 자기신뢰와 적극성 자발성이 개입돼 있고 그 동기도 과정의 즐거움과 보다 높은 질(質)의 추구에 있다. 앞서 예로 든 홍씨 가족의 요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에 ‘너 스스로 하라’의 경우엔 경비절감 등 외부요인의 간접적 강제가 개입돼 있다. 예를들어 D통신의 경우 올들어 사원대상 교육에 외부강사를 일절 초빙하지 않고 회사내에서 강사를 선발,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강사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현재 컴퓨터강좌의 엑셀강의는 대학시절 컴퓨터광이었던 인사회계팀의 대리가 맡고 있다. 외부강사에겐 시간당 6만원을 줬지만 사내강사에겐 시간당 1만6천원 정도를 주면 된다. 서울의대 정신과 류인균교수는 “결과적으론 스스로 한다해도 동기에 간접적 강제가 개입됐을 경우엔 작업능률이나 완성도가 떨어지고 개인에게 주는 만족감과 성취감도 약해진다”고 설명한다.

사실 이미 DIY시장이 연간 1백4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미국의 경우 계층별로 DIY의 동기가 뚜렷이 구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민들은 돈을 아끼기위해 DIY를 하는 반면 생활수준이 높은 계층에서는 질(質)때문에 DIY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다행히도 젊은이를 주축으로 형성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스스로 문화’는 과정의 즐거움과 경비절감을 동시에 추구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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