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팔린 아이들 성장과정]5살되면 껌팔이 강요

  • 입력 1998년 3월 26일 20시 33분


서울 용산구 동자동과 후암동 일대에 흩어져 있는 앵벌이 남녀 조직원들은 서로를 ‘이모’ ‘고모’ ‘삼촌’ 등으로 부르며 일가족이나 다름없는 끈끈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갓난아이로 팔려와 앵벌이가 된 소년 소녀들은 앵벌이 조직원을 자신의 친부모로 알고 성장하며 “집에 빚이 많아 너희들이 일을 해야 한다”는 말에 따라 ‘일’하며 함께 살고 있다.

껌팔이 전모씨(39·용산구 동자동)에게 입적된 상훈군(8·가명)은 현재 S초등학교 2학년. 그는 영아때는 전씨의 등에 업혀 승객들의 동정심을 자아내는 ‘소품’처럼 이용됐고 여섯살이후부터는 스스로 껌팔이를 해왔다.

조직원들은 미혼모가 낳은 아이를 조산원이나 산부인과에서 ‘입양’받거나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되는 극빈자 가정에서 돈을 주고 아이를 데려온다.

이들은 아이를 낳을 무렵의 만삭의 미혼모에게 접근, 병원비 일체를 대주고 1백만∼2백만원을 얹어 아이를 ‘입도선매’하기도 한다. 출생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해주는 병원측에 사례금이 건네지는 것은 물론이다.

조직원들은 아이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보내며 주로 방과후와 주말을 이용해 껌팔이를 시킨다.

그러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구걸 행위에 대한 수치심때문에 점차 학교에 가기 싫어해 아예 제적되는 경우가 많다.

껌팔이인 S초등학교 김모양(12)은 4학년이 된 이후 1년간 단 이틀밖에 학교에 출석하지 않아 현재 가제적 상태다.

동정심을 가장 크게 유발할 수 있는 5∼12세를 넘어선 아이들은 조직원 부모들로부터 떠나라는 눈치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들은 차츰 조직을 벗어나 홀로 껌을 팔거나 창녀 걸인의 길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 앵벌이 조직원의 고백이다.

앵벌이 조직원중에는 생활이 극도로 곤궁해서 친자식을 앵벌이로 내모는 경우도 있다.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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