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혹땐 툭 터놓고 대화 『새삶이 보인다』

  • 입력 1998년 3월 2일 20시 08분


경제불황과 대량해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진이 최근 서울 시내 30개 경찰서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올 1월의 자살자 수가 1백19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10.8%포인트 늘어난 수치.

종전에는 가정불화나 학교성적이 떨어져 자살하는 청소년들의 ‘비관형 자살’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실직과 생계곤란 등으로 인한 ‘생계형’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 특징.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은 충동적 자살의 경우 등에는 일일이 대처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분적으로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원호택(元鎬澤)교수는 “죽기 전에 자살의향을 주변에 알리는 경우가 있다. ‘내 인생은 이제 끝났다’는 등의 말을 할 때는 지나가는 말처럼 보여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주시해야 하는 경우는 우울증. 식욕과 의욕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를 회피하던 이가 갑자기 신변정리를 시작하면 주목해야 한다. 가족에게 갑자기 여행을 권한다든지 가족들의 안녕을 타인에게 부탁할 때도 위험하다. 죽고싶다는 말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침묵에 빠질 때는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절망상태에 빠진 경우라는 것.

자살을 방지하는 ‘예방조치’는 고립감에서 탈피하도록 하는 것. 서울대 정신과 정도언(鄭道彦)교수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고 본인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등 가족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의 모임, 가벼운 운동, 재취업센터나 취업박람회, 상담소 등을 통해 고민을 자연스럽게 털어놓고 닫힌 마음을 열어가는 것도 보탬이 된다.

〈이원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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