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혜선,英EMI와 손잡고 음반 「데뷔」내놓아

  • 입력 1998년 2월 18일 09시 19분


웅장함과 큰 스케일, 강력한 타건. 그러면서도 정적(靜的)인 깊이.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꾸며주는 수식어들이다. 그가 세계 5대음반사의 하나인 영국 EMI사에서 음반을 내놓았다. 제목은 ‘데뷔’. 이달 우리나라 음반점에 소개된 ‘데뷔’는 9월 전세계 발매와 함께 지구촌의 음악팬과 비평가들을 대면하게 된다. 음반에 실린 작품들을 살펴본다. 슈만의 ‘유머레스크’ ‘트로이메라이’, 모차르트의 ‘환상곡 d단조’, 멘델스존의 ‘무언가(無言歌)’중 ‘물레노래’ ‘베니스 곤돌라 노래단조’…. 알듯말듯 일관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무엇일까. 외면적인 화려함 보다는 마음속의 어둑한 수면(水面)에 손가락을 대보는 듯한 정감. 예외가 있다면 그 자신이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라벨의 ‘라 발스(왈츠)’ 정도다. 그는 “피아노와 인연을 맺은 후 의미깊게 다가온, 그러면서도 항상 가깝게 느끼는 작품들을 담아보았다”고 말한다. 플레이어에 음반을 걸어본다. 둥글고, 천천히 음을 퍼져나가게 만드는 터치가 인상적이다. 많은 연주자들이 밝게만 치려고 하는 ‘봄노래’도 음표 사이사이 많은 여백이 주어진다. 소리 사이의 공간을 넓혀 놓은 대신 그 공간에 수많은 사색이 자리잡는다. “동양인은 여백에, 정적인 아름다움에 강해요”라고 연주자 자신이 그렇게 말했었다. 모차르트는 어떤가. 이토록 느릿하게, 마치 낭만주의 작품처럼 연주한 모차르트가 일찍이 있었던가. 종소리처럼 둥글게 퍼져나가는 같은 음표의 반복음형은 구름이 낮게 낀 하늘처럼 차분하게 퍼져나간다. 그의 회심작인 라벨의 ‘라 발스’는 뉴잉글랜드 음악원 1학년때 라벨의 관현악 악보를 보며 연필로 꼼꼼히 짚어 스스로 편곡한 것. 9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준결선에서 이 작품으로 객석의 환호와 경쟁자들의 찬탄을 이끌어냈다. 그 기억이 오랜 자랑으로 남는다. 파르르 떨고 수증기처럼 떠다니는 온갖 이미지…. 힘이 실린 땡글땡글한 타건이 귀를 압도한다. 육중한 스케일은 내면의 깊이와 함께 ‘거인적 풍모의 연주가’로 발전할 수 있는 그의 강건한 육체적 ‘자본’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그는 3월 12일부터 전국 9개도시에서 순회연주를 갖는다. 4월10일까지 제주 서울 강릉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청주 인천으로 이어진다. EMI사의 음반녹음도 아직 두장이 남아 있다. 세번째 작품은 협주곡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02―391―2822(콘서트), 3449―9423(음반)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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