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페어]일생의 한번…문제는 돈…『꾹 참자』

  • 입력 1998년 2월 4일 20시 06분


그들은 20분도 넘게 머뭇거리고 있었다. 누군들 저 가라앉은 녹색조의 기찻길 위에 희디흰 웨딩드레스 뻗쳐입고 영화처럼 서있고 싶지 않으랴. 문제는 다시 돈. “이 웨딩앨범은 양수리와 롯데월드에서 하루종일 촬영한 거예요. 40장짜리 원목앨범과 별도로 분위기 있는 흑백사진앨범을 드리죠….” 그들은 1백29만원짜리 원목으로 만든 ‘테마앨범’에 대한 설명을 슬쩍 흘려들으며 49만원짜리 ‘IMF앨범’을 만지작거린다. 그 안엔 양수리 풍경을 아련하고 황홀하게 그려내는 편집기술 따윈 없다. 고궁에서 흔히 보아왔듯 그렇고 그런 포즈의 신랑 신부사진 30장이 전부다. “어떡하지? 그냥 이걸로 할까?” 4월25일로 날을 잡은 예비신혼부부 이준영씨(31·신학대학원생)와 신순자씨(27·유치원교사). 본격적으로 결혼준비를 할 때다 싶어 나란히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종합전시장의 ‘98웨딩페어’를 찾았다. 웨딩드레스업체 몇 곳, 웨딩사진업체 몇 곳, 한복업체 몇 곳, 여행사 몇 곳…. ‘IMF결혼전’이라는 부제답게 대부분 ‘파격할인’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싼지는 모를 일. 제품마다 품질의 차이도 있을 테고 다리품을 팔며 가격조사도 좀 더해봐야 할테니 말이다. 전세 2천만원 정도의 원룸을 알아보고 있는 그들로서는 결혼비용으로 큰 돈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결혼 한번 하려면 일이천만원은 우습게 든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되는 순간. “무슨 웨딩드레스가 저렇게 비싸냐?” 결혼식용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야외촬영용 드레스와 턱시도를 한번 빌려입는 데 드는 돈이 최저 55만원이라는 팻말. “강남에서는 한번 빌리는 데 2백만원도 한대.” 마뜩찮은 표정의 이씨에게 신씨가 한마디한다. 전시장을 몇 바퀴 돌고난 뒤 맘에 맞는 심플한 라인의 드레스 하나를 찾아낸 게 그나마 다행일는지도 모른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들러본 ‘아나바다 혼수장터’마저 40만원짜리의 드레스들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 전시장 안의 단하나뿐인 예물업체에도 ‘파격세일가’가 붙어있다. 다이아몬드반지가 1푼짜리 20만원, 2푼짜리 40만원. “꼭 다이아반지 끼란 법 있나. 난 액세서리엔 별 취미 없으니까 우리 둘이 똑같은 금반지 하나씩 나눠끼자.” 신씨는 전혀 섭섭하지 않다는 표정. 둘은 40만원이 넘는 사파이어와 진주세트에서도 얼른 눈길을 거둔다. 웨딩앨범이니 웨딩드레스니, 한순간의 추억에 지불하는 대가로는 좀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은 가전제품 코너에 오자 굳어지고 만다. 5백ℓ 냉장고가 80만원대, 10㎏ 세탁기가 50만원대, 4헤드 VTR가 20만원대, 전자레인지가 10만원대. 어느새 그들은 며칠 전 용산전자상가에서 적어온 가격표와 모델명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 전시장엔 한 회사 제품뿐이라 비교가 쉽지 않은데다 가격이 엇비슷해도 용산에선 더 에누리할 수 있다니 그리로 한번 더 가볼 작정. ‘웨딩페어’는 중소기협중앙회와 서울시 공동주최로 8일까지 열린다. 또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 태평양관(1층)에서는 웨딩드레스 신혼가구 가전제품 등을 전시판매하는 ‘결혼상품전’이 8일까지 열린다. 〈윤경은기자〉 [웨딩드레스 사진] ▼옷〓①예식장:웨딩드레스 턱시도 ②야외촬영:드레스 파티드레스 턱시도 ③폐백용의상 모두 합해 55만∼65만원. 싸 보이나 신부입장에선 ‘꿈에 그리던’ 드레스가 없을 수도. ▼촬영〓①야외촬영(40장 앨범+스냅성 사진 앨범+대형 브로마이드 크기 확대액자 1개+탁상앨범+흑백앨범 등 보너스 한두개)이 50만원선에서 1백30만원선까지 천차만별. 고궁과 서울근교 ‘절경’을 배경으로 하면 비싸진다. 그러나 ‘비싼 게 최고’란 말은 금물. 업체마다 사진솜씨 차이가 크므로 ‘이것저것’ 끼워주는데 혹하지 말고 편집(화면에 잡지처럼 글씨를 추가하는 등)의 짜임새를 살린 ‘예술사진’ 찍는 곳을 잘 골라야 ②여기에 비디오촬영과 결혼식 사진을 추가하면 50만∼1백만여원이 더 붙는다. [청첩장] 1백장 기준 2만∼5만원. 싼 것도 쓸만하다. 청첩장이 맘에 안들어 결혼식 안온다는 얘긴 못들어 봤다. [반지 시계] ‘예물반지’란 부담을 덜 느끼는 다이아몬드반지는 남자용 1푼 19만원, 여자용 1푼 18만원 2푼 40만원선. ‘싸다’는 느낌이지만 다이아몬드는 세공 등 가격변수가 많고 업체도 1군데밖에 없으므로 보석을 잘 아는 사람과 가거나 종로4가 금은방거리에서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야. 시계코너도 마찬가지. [침구 가구] ▼침구〓요와 이불 1세트가 쓸만한 게 30만원대. 동대문 혼수상가에 비해 약간 비쌈. ▼가구〓업체마다 달라 소파 1개에 수십만원부터 3백만원까지 큰 차이. 그러나 ‘충분히 둘러봤다’는 느낌을 줄만큼 종류가 다양하지 않음. 아현동 등 가구상가도 둘러봐야. [아나바다, 이것만은] ▼아나바다 혼수코너〓이름뿐인 아나바다. 실제 중고 웨딩드레스나 가구는 없다. 새 제품의 세일코너라고 생각하면 됨.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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