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윤기씨, 신작 「나비넥타이」펴내

  • 입력 1998년 2월 2일 07시 41분


중고등학교 시절 물리나 화학시간에 배웠던 단어 하나를 떠올려보자.‘임계상태(臨界狀態)’. 액체와 기체가 공존하고 있어 어느 하나의 상태라고 딱 잘라말할 수 없는 것. 소설가 이윤기(51). 그는 사람의 삶속에서 이런 ‘임계상태’를 짚어내는 눈썰미가 탁월하다. 등단 21년의 그가 두번째로 묶어낸 창작집 ‘나비넥타이’(민음사). 8편의 중단편을 통해 그가 포착해낸 삶의 ‘임계상태’는 액체와 기체가 뒤엉켜 있는 자연의 것보다 더 극적이다. 진실과 거짓, 정의와 부정, 행복과 불행, 빛과 어둠…. 단어 뜻만으로는 색상환의 보색처럼 반대편에서 마주보고 있어야할 말들이 삶속에서는 엉켜 있거나 한 극단이 다른 극단을 잉태한다. 그의 분신인 작중인물들의 대사를 간추려보자. “내가 보기에 옳은 것 그른 것, 바른 것 왼 것은 따로 있는 것 같지 않아. 선한 것 악한 것도 그렇고… 옳은 것의 그늘은 그른 것이 되고, 그른 것의 그늘은 옳은 것이 되고… 바른 것의 그늘은 왼 것이 되고 왼 것의 그늘은 바른 것이 되고….”(‘뱃놀이’중) “우리가 직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과연 직선이겠는가? 혹시 곡선의 한 부분을 우리가, 자네 말마따나 대롱시각으로 보고는 직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인가? 자네는 혹시 큰 곡선을 작은 직선으로 본 것은 아닐 것인가.”(‘숨은 그림찾기 1’중) 원심력과 구심력이 팽팽히 맞서 지구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태양주위를 공전하듯이 삶도 선과 악, 행과 불행의 긴장어린 공존속에서 운행되는 것이라는 그의 시선. 그 시선은 이질적인 두 문화의 충돌속에 자신의 삶을 두어온 그의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살이 30년 미국생활 7년에도 투박한 경상북도 사투리, 몸에 밴 유교적 가치관이 퇴색되지 않은 이윤기는 영어구사가 모국어만큼이나 자유로운 번역가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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