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가계생활]물가-세금 뜀박질…봉급은 제자리

  • 입력 1997년 12월 3일 19시 48분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일반 근로자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물가상승폭을 5%이내로 억제한다고 정부가 약속했지만 이미 달러가치가 연초에 비해 30%나 뛰어올라 각종 생필품 인상러시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승용차 휘발유가격이 내년초엔 1천원대로 껑충 뛰어오른다. 중형차 기름탱크를 가득 채우려면 지금보다 4천원 정도를 더 내야 하는 셈.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다세대주택의 관리비나 택시 버스요금도 덩달아 인상될 전망이다. 지하철요금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수입원자재 비중이 큰 종이류 식용유 밀가루 등 공산품들은 이미 이달중 10%대의 가격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외식(外食) 음주비용도 더욱 치솟을 것이 확실하다. 정부가 소폭의 재정흑자를 위해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0%에서 11%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내년엔 각종 세금이 줄줄이 인상될 전망이다. 특히 부가세율 상승은 각종 상품 서비스가격을 연쇄적으로 올리게 된다. 집값은 2% 정도 떨어진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예상이지만 금리가 엄청나게 올라 은행돈을 빌려 집을 마련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신용대출 금리는 연17%선에 육박하고 있어 무리하게 집을 장만하기보다 금융기관에 돈을 묻어두는 것이 유리해진 상황. 그러나 이같은 물가 금리 폭등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받는 급여는 줄거나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유행처럼 번진 외국여행이나 연수 등도 자제해야 할 상황이다. 이미 유학을 떠난 학생들도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자녀 1명당 3,4개씩 사설학원에 보냈던 가정에선 사교육비 지출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 일반 근로자들이 물가상승과 임금억제의 이중고 속에서 씀씀이를 줄일 경우 식당 제과점 레코드점 꽃가게 등을 열었던 서민들도 찬바람을 맞게 된다. 95년부터 본격화한 명예퇴직 바람속에서 회사를 떠나 가게를 냈던 소사장들은 소비생활의 거품이 꺼지면서 상당한 매출 부진에 시달릴 전망이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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