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88일간의 미술축제 「절반의 성공」

  • 입력 1997년 11월 21일 07시 46분


《「지구의 여백」. 서양중심의 문화읽기를 거부하고 동양의 개념으로 새로운 문화시각과 비전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열린 97광주비엔날레의 주제다. 총1백억원의 예산을 투입, 지난 9월1일 88일간의 대장정에 나섰던 광주비엔날레가 27일 폐막된다. 39개국에서 1백17명의 작가가 참가한 이번 비엔날레는 무엇을 남겼는가.》 주최측은 올해 「3재(三災)」를 우려했다. 경제불황, 대선정국으로 인한 상대적 관심소홀, 2회째 행사이기 때문에 관람객이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등. 외형적으로만 본다면 이같은 우려는 충분히 극복됐다. 18일 현재 총 82만3천2백35명이 입장, 하루 평균 1만2천1백명을 기록했다. 외국인도 총 2만5천명으로 하루 평균 3백79명이었다. 총 1백62만명이 관람, 하루 2만5천명을 기록했던 95년 1회 비엔날레보다는 줄었지만 목표관람객수 80만명은 이미 넘어섰다. 목표수입 35억원도 이미 초과 달성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대거 참여로 출품작의 수준이 높아졌고 특히 디스플레이의 세련미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커미셔너들이 동양사상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의문이지만 본전시관의 디자인과 디스플레이는 세련된 편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내용면에서는 몇가지 아쉬운 점이 지적됐다. 첫째, 주제의 모호함. 주최측은 「지구의 여백」이라는 대주제 아래 「속도」 「공간」 「권력」 「혼성」 「생성」이라는 소주제를 두고 이를 다시 음양오행의 수 화 목 금 토와 대비했다. 주제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쉽게 파악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음양오행과 소주제의 논리적 연결이 부자연스러웠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공통된 견해. 둘째, 광주의 특성,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미학의 제시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많은 돈을 쓰면서 국내작가보다는 해외유명작가에 치중, 취지와는 달리 또다시 서구중심의 시각을 담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셋째, 이로 인해 다른나라 유명 비엔날레와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외에도 △2월말에야 큐레이터 선정이 끝나고 6월말까지 전시준비에 들어가 일정이 촉박했던 점 △부대행사가 많아 미술전시의 취지를 흐린 점 △현대미술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프로그램 부족 등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동양유일 국제비엔날레로서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개막당일에 관계장관조차 불참한 정부의 무관심도 지적되었다. 강연균 광주비엔날레 사무차장은 『비판중 많은 부분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다음 행사의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폐막과 동시에 3회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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