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大출신 文人 기념문집 출간

  • 입력 1997년 10월 24일 08시 19분


안개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20대 초반 팔팔한 나이를 호수의 도시 춘천에 묻으며 업을 짊어지듯 글쓰기의 길로 들어서게 된 그들은…. 『밤이면 공지천을 비추는 불빛들이 나를 미치게 했다. 춘천이 아니고 안개가 아니었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소설가 임동헌씨의 고백은 강원대를 졸업한 문인들 공통의 기억일 것이다. 안개와 춘천을 공동의 태반으로 삼았던 이 학교 출신 문인들이 개교 50주년을 맞아 기념 문집을 펴냈다. 이름해 「바깥 세상이 보인다」(임씨네 출판회사). 양순석 이순원 안재성 임동헌 김종삼 등의 소설과 시인 함성호 최계선 서경구 성미정 등의 시, 평론가 서준섭의 「소설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 이희수의 에세이까지 이미 발표한 작품중 아끼는 것들을 한편씩 모았다. 50명의 문인들이 쓴 작가노트는 또다른 읽을거리다. 서울이 아니라는 소외감 그래서 사회와 중앙문단이라는 「바깥세상」으로 나오기까지 가진 것이라고는 오직 젊음밖에 없었던 그들의 성장기가 절절하다. 73년 대학입학생인 소설가 양순석은 「춥고 을씨년스런 강의실에서 곱은손으로 작문시험을 보던 열아홉의 나는 갑자기 나의 내부에서 따뜻한 기운이 번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때부터 내 글쓰기의 이력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고 회상한다. 지금도 서클신입생 환영회때면 어김없이 춘천을 찾는다는 소설가 이순원은 『선배들에게 몽둥이찜질까지 당해가며 참 혹독하게 문학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강원대 출신 문인들 중에는 유난히 70년대말과 80년대 초반 학번이 많다. 유신체제의 붕괴와 80년 봄의 좌절이 이들을 문학의 길로 이끈 잠재에너지가 된 것이다. 문집이 나오기까지는 비강원대생 2명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강원도 홍천태생으로 국문과교수로 재직중인 소설가 전상국씨와 오랫동안 교지편집실의 지도교수를 맡았던 박용수교수. 춘천태생의 박교수는 소설가 오정희씨의 남편.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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