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 참모습 조명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 입력 1997년 9월 30일 08시 51분


문화는 다양성의 교직(交織)이다. 그래서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게 마련이다. 문화의 한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일방적 옹호나 열등주의에 빠질 수 있다. 한국문화에 대해서도 그간 많은 논의가 있었다. 한국문화의 긍정적인 측면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입장과 그 반대로 서구 문화를 기준으로 삼고 극복해야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 등. 이화여대에서 한국학을 강의하고 있는 최준식교수의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사계절)는 맑은 우물처럼 한국문화의 얼굴을 차분하게 비추고 있다. 세계 비교문화이론의 틀을 도입해 나름대로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비판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한국문화에는 「가족 집단주의」 「권위주의」 「강한 배타성」 등의 특징이 있다고 한다. 우선 한국인은 사람을 처음 만나면 상대방의 나이에 관심을 갖는 등 위아래 따지길 좋아한다는 것. 또 어법에 맞지않게 그 자체가 존칭인 낱말에 「님」자가 불필요하게 붙고 청소부가 「환경미화원」, 운전수가 「기사님」으로 불리는 등 「호칭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하관계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존칭용어의 범람은 일단 윗사람이 되면 아랫사람을 마음대로 부리고 책임도 떠넘길 수 있는 사회풍토 때문이다. 내부집단과 외부집단을 지나치게 구분하고 자기와 다른 것을 용납하지 않는 배타성도 극복해야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혈연 학연 지연 등의 기준으로 내외집단을 지나치게 나누고 내 집단이면 무조건 감싸준다. 반면에 자기와 아무 관련을 찾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가 없고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풍토속에서 공중도덕이 잘 지켜질 리가 없다. 세계각지에서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화교. 그들은 한국에서 「중화집」 말고는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장애자는 수용시설 부지를 찾지못하고 혼혈아는 손가락질을 이기지 못해 이민을 떠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의 근원으로 집권자의 통치이데올로기로 이용돼온유교를 언급한다. 높은 교육열 등 유교전통의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또 「신명」을 주요 요소로 하는 무교적 전통, 그리고 도자기 등 예술품에서 나타나는 「무질서의식」이 한국문화 속에 자리잡은 커다란 에너지임을 지적한다. (최준식지음/사계절 펴냄) 〈한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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