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어휘들에 생명 불어넣기…임무출씨 4년째 작업

  • 입력 1997년 7월 31일 07시 45분


문학사를 연구하는 계명대 강사 임무출씨(49)는 폭넓은 어휘세계를 보인 일제 때 작가들의 사전을 만드느라 삼복더위와 싸우고있다.벌써4년째 진행중인 작업이다. 95년에는 「염상섭의 만세전·삼대 어휘해석」을 펴냈으며 최근 「채만식 어휘사전」을 토담출판사에서 펴냈다. 여기에는 채만식의 단편 37편과 장편 「탁류」 「태평천하」 모두를 조사, 1만여개의 표제어와 소설에 쓰인 용례 1만2천여개를 싣고 있다. 원고지 7천장을 모조리 손으로 썼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일제 때 작가의 소설 하나를 정해주며 독후감을 써보라 했었다. 그러나 옛 어휘들이 사라지고 퇴물 취급을 받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너무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문학작품들이 후대에는 아예 외국서적 취급을 받겠다 싶어 사전 만들기를 결심했다. 이날 이후 그의 소설 읽기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스토리를 읽기보다 옛 어휘들을 찾아 줄을 치고 사전을 찾고 관련 문장을 손으로 옮겨 적는다. 「우리말 큰사전」과 북한판 「조선말 사전」 등 4권을 참조하는데 이젠 사전 찾기의 달인이 돼 웬만한 어휘는 2,3초 내에 찾는다. 이 일을 앞으로 10년간 할 생각이다. 벌써 사전 한권이 폐지처럼 닳아버려 교체했다. 『작업이 워낙 지루해 「사실주의 작가」와 「풍자 해학 작가」로 짝을 지어 작업을 합니다. 지금은 「김유정 현진건」을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곧 「김동인 나도향」으로 들어설 참입니다. 「어린 백성들이 읽고자 할 바 있어도」 읽지 못하는, 그런 일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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