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논쟁]박정희,독재자인가 영웅인가

  • 입력 1997년 7월 31일 07시 45분


《박정희 전대통령의 삶을 다룬 작가 이인화의 「인간의 길」을 둘러싼 공박이 거듭되고 있다. 이씨를 통박한 대표적인 글로는 전북대 강준만교수가 펴낸 「왜 박정희 유령이 떠도는가」(인물과 사상)가 있다. 강씨는 야유의 어조를 빌려 이씨의 지역편향, 일부 언론의 박정희 바람 편승 등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상상」가을호에 「인간의 길에 나타난 근대성 문제」를 기고했다. 이씨는 강씨의 글에 직접적인 대응은 피한 채 문학평론의 형식을 빌려 자기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姜교수의 비평집 요약 ▼ 이인화씨는 악성 파시스트의 논리를 펴고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며 엘리트가 우매한 대중을 영도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영웅사관을 신봉한다. 일부 인간들이 부당하게 죽고 고통받았다 해도 전체 국부(國富)가 커졌으면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건 극단적인 파시스트조차 감히 말하기를 꺼리는 법이다. 이씨는 박정희 자료를 거의 다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 이 땅에서 자료에 근거하는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역사란 민초의 고통을 외면하고 그 피와 땀 위에 구축된 실적만을 기록할 뿐이다. 박정희가 국가 민족을 위해 희생했다니…. 절대 권력을 누리며 밤마다 연예인을 불러 왕처럼 주연을 벌였던 것은 누구인가. 박정희가 청렴결백했다니…. 박정희는 죽는 날까지영구집권을꾀했기에축재와 부정부패의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이씨는 자기 소설의 주인공에 미쳐 있으며 이는 자신밖에 창출하지 못한 캐릭터라고 한다. 그는 자신을 열광시키는 캐릭터 창출을 위해 역사를 가지고 장난을 치겠다는건가. 「인간의 길」은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처럼 초베스트셀러를 쓰고픈 욕심과 평소의 박정희 숭배가 만난 결과다. ▼ 작가의 반박 기고문 요약 ▼ 인간 이해에 도움이 된다면 대상이 악마라 할지라도 탐구해야 하는 것이 작가다. 박정희의 자료를 살피며 그의 운명을 낳은 모태는 전쟁임을 알게됐다. 동족상잔의 살육 속에 「인간의 길」이 사라져버렸을 때 인간은 그 낭떠러지에서 마지막 이념을 거머쥐게 된다. 그것이 영웅주의다. 역사적으로 모든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에는 영웅주의가 있었다. 전쟁을 겪은 국민은 무능한 정권에 절망했고 자립적 민족경제를 열망했다. 5.16을 받아들인 국민은 박정희 개인이 아니라 근대화 혁명과 민족 생존이라는 그의 목적에 굴복한 것이다. 범죄처럼 보이는 행위들이 당대의 구체적 총체성 속에서는 고도의 도덕성일 수 있다. 박정희 쿠데타가 던지는 문제는 「대의(大義)를 위한 범죄는 정당한가」이다. 동기와 결과가 대의에 걸맞다면 범죄는 정당할 수 있다. 선과 악, 범죄와 위업은 고정된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지도한 경제발전은 민중을 희생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발전이 어느 수준을 넘어설 때 풍요는 나눠지며, 인간의 발전은 개인이 한 시기에 자기 삶을 희생함으로써 이뤄짐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영웅적 간지(奸智)다. 〈정리〓권기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