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없는 표준어 바로세우기 『출발』

  • 입력 1997년 7월 18일 08시 12분


「미숫가루―미싯가루」 「강냉이―옥수수」 「자물쇠―자물통」 「우렁쉥이―멍게」…. 어느 쪽이 표준어인지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말 이해가 깊은 편이라고 자부하는 이들도 때로는 사전을 뒤적이고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미싯가루」만 틀리고 나머지는 모두 맞는 말. 헷갈리기는 발음도 마찬가지다. 「선릉」(선능―설릉) 「온라인」(온나인―올라인) 「학여울」(하겨울―항녀울) 「아드님」(아드님―아든님) 「넓다」(넙따―널따). 발음기호가 사전에 따라 다르고, 외래어나 신조어는 어떤 발음이 옳은지 아예 적혀 있지 않은 사례도 있다. 「넙따」를 빼곤 모두 쓰일 수 있다는 게 국립국어연구원의 유권해석. 지난 88년 발간된 국어어문규정집은 표준어에 대해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표준어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은 탓에 우리말을 올바르게 쓰려는 사람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마다 혼란을 겪는다. 국어연구원이 최근 5년 일정으로 청사진을 세운 「표준어 바로세우기 작업」은 「대한민국 대표 언어」인 표준어의 원형을 되찾기 위한 최초의 정책적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구영역은 발음 어휘 문법 등 세 종류. 국어연구원은 이달초 국민들의 일상 언어생활에서 표준어가 얼마나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실태파악에 들어갔다. 논란의 소지가 큰 단어 4백개를 선정, 서울 토박이 30여명을 면접 조사하는 방식으로 「서울 본토발음」을 가려내고 있다. 조사가 본궤도에 오르면 응답자를 연령별로 세분화해 좀더 종합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기로 했다. 98, 99년에는 1천개의 어휘에 대해 표준어 및 비표준어 판정을 내리게 된다. 국어연구원 이승재박사는 『20세기말 국어의 사용규범을 집대성하는 자료인 만큼 간행물 비디오 CD롬 등으로 보급할 계획』이라며 『연구성과는 99년경 완간될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된다』고 소개했다. 정부와 국어학계가 공동 추진중인 표준국어대사전의 편찬과정에서도 「인사말」과 「인삿말」, 「깊숙이」와 「깊숙히」, 「까맣소?」와 「까마오?」중 표준어를 가려내는데 몹시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이박사는 『표준어의 위상이 흔들리면 언어생활의 불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보화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보급대수 통계를 낼 경우 휴대전화와 휴대폰으로 나눠 입력하다 보면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국어순화심의회는 「휴대전화」로 단일화하도록 권고했지만 구속력은 갖지 못한다. 이 프로젝트에 5년간 들어갈 총예산은 5억원 가량. 그러나 예산당국이 의외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국어학계가 애를 태우고 있다. 〈박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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