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짧은 출가 긴 깨달음…절 여름수련회 인기

  • 입력 1997년 7월 13일 09시 12분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 모든 것이 잠든 새벽, 심산유곡의 산사는 노스님의 독경으로 하루를 연다. 미명의 숲길을 지나 법당으로 향하면 어둠은 법고와 범종소리에 쫓겨 저만큼 달아난다. 가장 낮은 자세로 1백8배를 올리는 사이 속세의 번뇌는 땀방울에 씻겨 저만치 사라진다.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시한부 출가」의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여름 사찰수련회가 불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참선과 강의, 예불로 이뤄진 이들 수련회는 송광사 해인사 통도사 등 대사찰을 중심으로 열리다가 최근에는 전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승주 송광사의 경우 지난해 2.5대 1의 경쟁률을 보여 한번 신청한 사람은 3년 동안 신청하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7백명 모집에 1천4백명이 신청했다. 9월말까지 19차례 수련회를 갖는 경주 불국사는 매회 10일 전까지 신청자를 모집키로 했다가 첫회에 벌써 50명 모집에 2백여명이 몰려 일찌감치 접수를 끝냈다. 장성 백양사는 50명 모집에 3백여명이 몰려 한차례만 계획했던 수련회를 두 차례로 늘렸다. 산사에서의 수련은 4박5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불가의 엄격한 법도와 출가사문의 칼날같은 정진을 경험하게 된다. 속도와 소음에 길들여진 도시인들에겐 묵언(默言)으로 진행되는 모든 일정, 특히 몇 시간씩 부동자세로 앉아있어야 하는 좌선이 어렵기만 하다. 잠깐이라도 졸다보면 지도스님의 죽비가 어김없이 어깨를 내리친다. 오전6시, 오전 11∼12시, 오후 5∼6시에 있는 발우공양(식사)은 공동체의식과 자기절제를 확인하는 또다른 시험장. 반찬이나 밥을 절대로 남겨서는 안되며 그릇을 씻은 숭늉까지 마셔야 한다. 그릇을 헹궈내는 청수 양동이에 밥풀이나 고춧가루가 떠 있다가는 참석자들 모두 설거지물을 나눠마셔야 한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래서 설거지용으로 배추김치잎사귀나 무쪼가리를 반드시 남겨놓는다. 술 담배는 물론 신문 TV 라디오 전화도 단절되고 외부접촉도 금지된다. 고기라고는 구경도 못하는 순 산채식사에 매일 새벽 예불시간의 1백8배나 마지막날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밤새워 올리는 1천80배는 「고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참가자 중에는 사서 하는 이런 고생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 소문이 퍼져 요즘은 일반인은 물론 신부 수녀 정녀 등 타종교 성직자들과 외국인들의 발길도 잦다. 법정스님이 회주로 있는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02―741―4696)는 8월7일부터 10일까지 경북 김천 직지사에서 열리는 수련회 참가자를 모집중이다. 큰 사찰 중에서는 경기 남양주 봉선사(0346―555―5974)가 수련회(7월28∼31일) 참가자를 기다리고 있다. 〈김세원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