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소설 「악몽」,70년만에 『햇빛』

  • 입력 1997년 7월 9일 20시 17분


올해는 「표본실의 청개구리」「만세전」의 작가 횡보 염상섭(橫步 廉想涉)의 탄생 1백주년. 최근 국문학계에서 횡보 재조명 작업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횡보가 남긴 미완의 소설 「악몽」의 전문이 공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악몽」은 횡보가 1926년 잡지 「시종(時鐘)」에 3회까지 연재했던 작품. 지난 62년 횡보로부터 이 작품을 넘겨받았던 김종균교수(한국외국어대)는 그간 전문을 공개하지 않다가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 「현대문학」8월호에 전문을 싣기로 했다. 「현대문학」은 횡보가 교정한 자필 흔적까지 그대로 살려 26년 당시의 맞춤법대로 게재할 계획이다. 2백자 원고지 70여장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24세의 총각선생인 나와 하숙집 딸이자 만학도인 21세의 시골여자 영희 사이의 연정을 다루고 있다. 「악몽」에는 청년작가 염상섭의 여성관 애정관이 심리고백형태를 빌려 또렷하게 그려져 있다. 횡보는 「내가 영희를 만나기 전에 한 자리에 누워본 여자가 몇사람 있다. 나의 이 자백을 들을제 신사숙녀들은 나를 비웃을줄 안다. 그러나 나는 이 자백에 대해 조금도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자신한다」라고 애정관을 피력하는가하면 「신여성이라면 턱밑에 침이 번지르르하여 쫓아다니는 남성들에 대해 반동적 감정을 느낀다」며 신여성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교수는 『「악몽」은 실제 사건전개와는 역순으로 미래―현재―과거의 흐름으로 서술됐다』며 『횡보가 소설창작에서 다양한 기교를 시도하기 시작한 분수령이 되는 작품』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김윤식교수는 『횡보의 경우 「악몽」처럼 미완인 채 잊혀진 작품이 많다』며 『이런 작품이 발굴될수록 횡보연구도 더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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