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자본大戰』…2천년 시장규모 5조

  • 입력 1997년 7월 4일 08시 04분


영화사 「월드시네마」의 변석종사장은 요즘 멀쩡히 밥을 먹다가도 혼자 벙긋벙긋 웃는다. 그가 단돈(?) 2만달러(약 1천8백만원)을 주고 산 영화 「쇼킹 아시아」가 뜻밖에 수십만명의 관객을 모아 대히트를 하고 있기 때문. 변사장이 벌어들인 돈은 수입가의 1백배가 넘는 20억원대라는 것. 몇달만에 투자액의 1백배가 넘는 이익을 내는 업종.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성공 확률 30% 미만의 위험한 사업(High Risk)이지만 한번 「터지면」 엄청난 이익을 주는(High Return) 장사. 그래서 예로부터 충무로에서는 영화사업을 투기나 노름에 비유해왔다. 특히 90년대초 국내에 영상 저작권 개념이 없던 무렵 비디오판권에 손을 댄 대기업들에 영화산업은 리스크조차 없는 「마이다스의 손」이었다. 편당 50만∼80만원의 비디오판권 10개를 사면 1년에 수십억원의 이익을 남기던 시절이었다. 새로운 투자분야를 찾아 혈안이 된 재벌들은 노다지를 찾아 앞다퉈 영화산업에 진출했다. 충무로의 영세업자들로부터 비디오 판권을 사는 소극적 방식으로 참여했던 대기업들은 1,2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수입 배급 제작에 뛰어들었다. 드림박스 나이세스 스타맥스 등을 삼성영상사업단으로 통합해 그룹차원의 돌진을 거듭해온 삼성은 「제5원소」와 「컷스로트 아일랜드」 등의 외화를 각각 4백만달러(약 36억원)에 입도선매하는 등 「탐욕스럽게」 외화수입에 앞장섰다. 재벌들중 비교적 일찍 영화사업을 시작한 대우는 몇년간 「미스터 맘마」「투캅스」 등 의욕적으로 한국 영화를 제작했으나 지난해 잇따라 흥행 실패를 했다. 이같은 재벌들의 경쟁이 영화계에 미친 영향은 아직까지는 부정적 측면이 많다. 대기업으로부터 흘러들어온 돈이 넘치자 영화 제작비와 배우 개런티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자본의 대거 투입이 작품 향상으로 이어진 징후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과는 당연히 적자. 지난해 삼성은 영화사업에서만 80억원이상의 적자를, 대우는 5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황금알을 찾아 덤벼들었다가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그럼에도 재벌들의 영화산업 진출 열기는 식을줄 모른다. 문화와 영상의 세기로 일컬어지는 21세기의 유망산업으로서,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디지털 등 미래 정보산업의 중추로서 영상소프트의 비중과 중요성을 감지한 까닭이다. 대통령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영상산업규모는 95년 3조2천억원에서 2000년에는 5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극장 영화부문은 8%에 불과하고 TV와 비디오분야가 80%로 더 크지만 기반이 되는 것은 역시 영화 소프트웨어다. 이때문에 삼성은 국내 최고의 배급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아래 전국적극장체인망 건설에나섰으며 외화 공동제작 등으로 세계시장 진출에도 뛰어들었다. 대우는 오는 2000년까지 모두 1조5천억원을 투입해 세계10위권의 종합영상미디어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고 스티븐 스필버그와 드림웍스 SKG사를 설립해 화제가 된 제일제당은 2000년까지 전국에 1백50개의 스크린과 대형 쇼핑센터 오락센터를 갖춘 「멀티플렉스」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현대는 광고대행사인 금강기획 산하에 있던 영화사업부를 이달부터 같은 영상사업체인 케이블TV HBS산하로 옮기고 그룹 종합기획실을 통해 영화사업 전반에 관한 사업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충무로의 영화기획자들 또한 이같은 대기업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베이비 세일」을 제작한 영화세상의 안동규사장은 『한 산업에 자본이 많이 들어오는 건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하다』고 말한다. 영화평론가 강한섭교수(서울예전)는 나아가 『자본과 조직력을 가진 대기업을 제작 배급 유통에 걸친 종합 영상업 회사로 육성해 외국 직배사에 대항해야한다』고 보다 적극적 방안을 내놓는다. 강교수는 대기업을 통해 영화 배급업의 전국적 계열화와 통합을 추진하되 배급 흥행 부문에서의 이익이 제작 자본으로 들어가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신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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