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삐삐 『왜 「114」안내 없나요』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회사원 김모씨(34)는 얼마전 친구의 휴대전화 번호를 잊어버려 낭패한 경험이 있다. 급한 일이 있어 약속을 취소해야 했는데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둔 수첩을 찾지 못해 휴대전화회사에 물어봤지만 『고객의 비밀을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결국 친구를 「바람」맞히고 나중에 핀잔을 들었다. SK텔레콤의 고객지원센터에는 하루에 수십통씩 잊어버린 휴대전화번호와 삐삐번호를 묻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러나 직원들의 답변은 한결같이 「노(No)」다. 수사기관 등 공적인 목적 외에는 절대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반전화에는 「114안내」가 있는데 휴대전화와 삐삐에는 왜 전화번호 안내가 없는 것일까.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지난 91년에 휴대전화 안내서비스를 검토했으나 고객들이 타인에게 자신의 전화번호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더이상 추진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휴대전화 삐삐 가입자들이 일반전화에 비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국통신도 114안내를 거부하는 가입자의 번호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들이 전화번호안내를 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114안내를 유료화했지만 올해 이 사업에서 2천억원 이상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안내원 4천5백여명을 고용, 비용이 2천5백억원 정도 들어가는데 비해 수입은 3백6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체들이 굳이 전화번호 안내사업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비용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전화는 아직 한국통신이 독점하고 있지만 이동통신은 SK텔레콤 신세기통신 나래이동통신 서울이동통신 등 수십개 업체가 난립해 어느 한 업체만 전화번호 안내서비스를 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러나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4백만명을 돌파했고 무선호출 가입자도 1천2백만명을 넘어 이동통신 가입자가 유선전화 가입자(2천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이동통신 사용자가 특수층에 국한됐으나 이제는 누구나 이용하는 대중적인 통신수단이 된 것이다. 고객 서비스차원에서 더이상 전화번호안내 서비스를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하반기에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가 시작되고 99년에는 제2 시내전화 사업자가 서비스를 시작하는 만큼 정부가 업체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유 무선 전화번호안내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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