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制 평가]시행 6개월,찬반 엇갈려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30일로 시행 6개월이 된 영장실질심사제도. 피의자들은 구속전 「판사 대면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구속여부를 떠나 판사에게서 심사를 받아본 피의자들은 『수사기관과는 달리 법원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해외유학중 귀국했다 친구들과 함께 취객의 지갑을 훔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고교생 A군(19)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억울함을 느꼈다. 자신의 혐의는 인정했지만 경찰이 자신을 「해외 오렌지족」으로 매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그는 법원의 신문을 받고 구속됐지만 『판사에게 「나는 오렌지족은 아니다」고 항변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일본의 술집에 취업하기 위해 여권을 위조한 혐의로 구속된 B씨(26·여)의 경우도 심사를 마친 뒤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판사의 판단을 거친 만큼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朴鉉淳(박현순)변호사는 『이는 국민 사이에 누적된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감을 반영한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는 피해자의 말을 우선 고려하기 때문에 피의자의 변론은 무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초범이나 소년범 등에게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이 일종의 반성의 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 8일 폭행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C군(18)은 판사의 호통에 눈물을 흘렸고 방청나온 어머니 등 가족의 흐느낌이 이어지자 C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머니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잘못했습니다』고 용서를 빌었다. 판사는 C군이 비록 초범이지만 죄가 가볍지 않다는 점때문에 고민했으나 속죄하는 장면을 보고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영장청구 기록만으로도 구속이 충분한 경우까지 법원이 무리하게 영장심사를 강행, 검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이뿐 아니라 법원이 자의적인 판단기준으로 영장을 마구 기각해 범죄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문제점을 보완키 위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은 경찰대로 법원이 영장심사제도를 「남용」하는 바람에 인력과 차량이 부족한 현실에서 피의자에게 수사관을 붙여 일일이 법원으로 데려갔다 오는 일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영장심사가 선진국형의 인권보호를 위해 과도기적으로 일부 문제점이 있더라도 현행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법원의 입장과 자의적인 영장심사 및 영장기각으로 범죄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검찰의 반박은 계속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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