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접대부]빗나간 허영심 「돈의 노예」 전락

  • 입력 1997년 5월 29일 19시 56분


낮에는 학생, 밤에는 술집종업원의 이중생활을 하는 「여고생 접대부」들은 본보 취재진의 확인 결과 대부분 중산층 자녀들이었다.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을 겪지 않는 이들이 술집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여고생들의 비뚤어진 소비성향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남이 하는 것은 모두 해야 직성이 풀리고 유명메이커로 치장해 친구들에게 자신의 호화로운 소비를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이들을 술집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 실제로 신촌의 한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K양(18·서울 M여고 3학년)은 밤이면 술집에 나가 제법 큰 돈을 버는 친구가 「괜찮아」보여 「친구따라 강남간」 경우. K양은 『같은 반 아이들에게 선심도 잘 쓰고 고급브랜드 옷을 척척 사 입는 그 친구가 정말 부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술 담배를 하는 여학생이 늘어나면서 「팁도 받고 공짜로 술까지 마시며 놀 수 있는」 술집 접대부생활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도 이유중 하나. 이들은 손님을 따라 외박만 안나가면 별로 죄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같은 탈선이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소녀매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로 취재도중 단란주점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친구중에 사업을 하는 40대 초반의 남자와 「원조(援助)교제(중년남성이 여중고생에게 용돈을 주며 교제를 하는 것으로 최근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를 하는 아이도 있다』고 증언했다. TV 등 대중매체의 상업주의도 이들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데 한몫한다. 대학졸업장 없이는 사람대접을 받기 어려운 데다 여사원의 경우 실력보다 신장과 체중 등 외모가 취업 여부를 결정짓는 사회분위기도 여학생 탈선을 조장한다. 서울 모 여상 2학년 P양(17)은 『어렵게 취직을 한 선배언니들이 한달에 70만∼80만원밖에 못 번다고 울상짓는 것을 보고 그럴 바엔 차라리 술집에 나가 하루빨리 돈 벌어 장사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을 선도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여고생의 탈선을 부추기는 데 있다. 신촌에서 단란주점을 하는 한 상인은 『소녀를 찾는 손님이 있는데 제발로 찾아오는 10대 여고생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탈선 자녀를 야단치는데 지쳐 「큰 사고만 안치면 다행」이라는 식으로 자포자기하는 부모나 「무사히 졸업만 시키면 됐지」하고 아예 문제학생 지도에 두손을 들어버린 교사들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홍성철·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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